사람이 아무도 없는 블레드 호수.
이게 정말 실화인가 싶다.
왜 이 좋은 풍경을 보는 사람들이 고작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을까?
혼자 조용히 다닐 수 있는건 감사한데
이 좋은걸 나혼자 독차지하고 있다는건
아무래도 두루두루 황송한 일이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새벽 4시에 눈뜨자마자 바로 나올 걸...
살짝 후회도 했다.
자주 걸음을 멈췄고
그래서 자주 아득했다.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도 못했다.
막연하고 바라봤고,
그 막연함에 발이 묶이고,
몸이 묶이고,
맘이 묶였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
그냥 이 곳의 먼지 한 톨로 남아있다 그대로 사라진대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겠다 싶었다.
그게 가능만 하다면...
산책 중 만난 깜짝 선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위로 두둥 떠오르는 커다란 풍선.
벌룬투어 중인 모양이다.
하늘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블레드 호수는 어떤 모습일까?
잠깐 굼금했다가 또 잠깐 부러웠다가...
블레드성에서 본 것과 비슷은 하겠구나 싶어 위로가 됐다.
세상에 다시 없는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새벽빛을 봐놓고서
난 뭘 또 바라는지...
욕심을 놓자.
여기서 더 바라는건,
정말 염치불구다.
그래도 한 가지 욕심내자면,
이 산책이 내내 끝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