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고 끄적 끄적...2011. 11. 30. 06:30
지난 토요일이 엄마 생신이셨다.
그냥 생신도 아니고 고희.
잔치도 하고 여행도 보내드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빠와 엄마의 고희는 살면서 내내 가슴에 사무칠 것 같다)
12월 5일에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한 아빠.
꼭 이유가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엄마는 아무 것도 안 하시겠단다.
그래서 한정식집을 예약해서 가족끼리 저녁 식사를 했다.
알고 있을까?
사진 찍는 다는 핑게로 내가 음식을 잘 못 먹었던건,
가슴 속이 이미 무거운 돌덩이로 꽉 차 있어서라는 걸...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 말!
정말 하나도 틀린 거 없다.
부모님의 다섯 가지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가지가 될까?
말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가 제일 많이 흔들리는 몹쓸 가지기 때문에...
나는 고작 이만큼의 시간도 막막하고 아득한데
부모님은 70년이 넘은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나는 살가운 말을 할 줄도,
팔짱을 끼며 부모에게 애교를 부를 쭐도
그리고 귀염성있게 따북따북 이야기를 할 줄도 모른다.
부모님은 이런 자식이 서운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부모 가슴에 풀리지 않는 매듭인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 앞에 맘이 편안해질 날이 올까?
아마도 그건 다음 생에서나 가능한 일...
나는 스스로 아픈 손가락이다.
그래서 항상 어쩔 줄 모른다.
잘 차려진 음식 앞에서 내내 나는 먹먹했다.
부모님는 여전히 내 생명줄이다.
내가 아직 인간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내가 아직 자식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