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해도 괜찮아2017. 2. 8. 14:21

커피를 기호식품이라고 말하기엔 솔직히 좀 애매하다.

유럽이나 미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쯤되면 음용수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커피의 몸값(?) 아니 물값(?)이 참 버라이어티 하다는거다.

흔치는 않지만 아직까지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도 건재하고

믿기진 않지만 7-8천원이 넘는 커피도 많다.

자판기에서 밀크커피 뽑아 마셔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고로 자판기 커피의 핵심은 달달함에 있다.

그렇다면 고가의 커피의 핵심은 뭘까???

비쥬얼, 달달함, 브랜드 네임, 아니면 남들도 마시니까???

 

문득 어릴적 생각이 났다.

엄마는 피곤하면 커피를 그야말로 사발로 타서 마시셨다.

뭐든 듬북뜸북 넣었다.

커피도 듬북, 설탕도 듬북, 프리마도 듬북.

그래서 커피는 당연히 그래야 되는가보다 했다.

아직 어른들의 세계였던 커피는

어린 내 눈엔 미지의 맛이자, 동경의 맛이었다.

자식이 많았던 엄마는 커피를 찬장 깊숙한 곳에 숨겨놨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커피때문이 아니라 설탕 때문이었던것 같다.

엄마 몰래 입 안에 털어넣 설탕의 달콤함은 매번 엄마의 부재만을 노렸었다.

그러다 누가 오는 소리에 놀라 설탕 봉투를 덜컥 놓쳐버렸다.

입 속은 달달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이 사태를 어쩌나 싶어서...

 

요즘은 커피가 참 흔해졌다.

그래서 달달한 봉지커피를 마시는게 약간은 촌스럽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질때도 있다.

2:2:2 니 2:2:1 이니 하는 말은 무슨 암호처럼 들리기도 한다.

예전엔 친구랑 커피숖을 찾아 한참을 걸어다녔는데

(그때는 우리 동네엔 다방밖에 없어서...)

이제는 한 집 걸러 한 집이 카페고 커피전문점이라 어디를 가야 하나 당황스러울때가 많다.

내 경우엔 카페인에 민감한 편이라 오후 시간엔 커피를 안마시지만

하루에 몇 잔씩 마셔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커피 = 물.

이런 등식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

 

커피는...

아무래도 이제 더이상 커피가 아닌 것 같다.

커피 그 이상의 존재.

인정한다!

다만 바라는건,

한끼 밥에 해당하는 혹은 뛰어넘는 커피는 여러모로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판매하는 것도, 마시는 것도.

내 돈 가지고 내가 쓰겠다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커피. 커피. 커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