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4. 6. 11. 08:02

조카의 졸업식을 다녀온 후 찾은 고베의 맛집.

게를 좋아하는 언니의 강력한 추천으로 일본에 올 때마다 매번 찾게 되는 곳인데

그야말로 게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솔직히 나는 게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언니도 엄마도 게를 좋아해서 이번에도 또 여지없이 함께 갔다.

게찜과 사시미, 튀김, 그라탕, 심지어 계란찜과 밥에까지도 게가 듬뿍듬뿍 들어있다.

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천국같은 곳.

 

코스요리라 음식이 순차적으로 계속 나오는데

그릇과 담긴 음식의 조화가 아주 정갈하고 깔끔하다.

한국처럼 듬뿍듬뿍 담아내는게 아니라 보기에는 양이 적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먹기에는 너무 많더라.

결국 내 몫의 찜 한 마리는 거의 못먹어서 포장을 했다.

(아마 지금찜 언니네 냉동실에 꽁꽁 열려있겠지...)

사실 일본의 고급 음식점을 가는 건 좀 부담이다.

가격적인 면도 물론 그렇지만

계속 무릎을 꿇고 시중을 드는 종업원의 친절이 가격보다 더 부담스럽다.

이곳은 매번 올때마다 느끼는건데 종업원의 연세가 유난히 많아서

새파랗게 젊은 내가 앉아서 따복따복 받아먹으려니 여간 불편하게 아니다.

게다가 일본어를 전혀 못하니 그야말로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그래서 사실 피하고 싶은 곳인데

일본에 올 때마다 매번 찾게되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가보다.

 

식사후 소화도 시킬겸 찾은 곳은

일본의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고베항의 하버랜드.

(3대 야경은 큐슈의 나가사키, 훗카이도의 하코다테 그리고 이곳 고베 하버랜드 ^^)

나무테크로 된 산책로 하버워크를 걷다 제일 먼저 만난 조형물은"신호소".

고베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등대라고 하는데 1921년에 만들어졌단다.

지금은 산책로에 올라와 있지만

까만 밤바다를 배경으로 불을 밝힌 모습이 꽤 운치있었다.

고베의 명물이라는 메리켄파크 오리엔탈호텔 옆에는

불타는 횃불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고베의 상징 호트타워와

배인지, 파도모양인지를 본따서 만들었다는 해상박물관이 나란히 서있다.

그리고 일본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대관람차.

탈래? 라는 언니의 물음에 보는 것만으로 어지럼증이 생겨 거절했다.

색색으로 변하는 대관람차 조명쇼(?)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더라.

바다가 코앞이라 바람이 시원해서인지

늦은 밤에도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한참을 걸었더니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하버워크 목재산책로.

걸을때마다 들리던 나무테크의 소리도 좋았지만

그 밑으로 고베의 상징들이 그림자로 보이도록 만든 조명은 정말 너무 예쁘더라

이곳 끝에 배가 실제로 드나드는 도개교가 있다는데

늦은 시간이라 열리는 모습을 보지는 못해 아쉬웠다.

 

지금도 하버워크의 조명등을 생각하면 왈칵 탐이 난다.

그림자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 같아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바다가

그렇게 나무테크위에 이야기 하나씩을 풀어놓고 가버렸나보다.

 

사실은...

그 그림자에 가만히 귀를 대고 싶었다.

조용히 엿듣고 싶어서.

그러면 이야기 중 하나를 몰래 훔칠 수 있을지도...

 

탐나는건,

언제나 이야기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