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6. 2. 08:45

교토 철학의 길.

비와호의 수로를 따라 만들어진 한적한 산책로.

봄벗꽃이 피면 상춘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어진다는데 참 다행이다.

벚꽃이 다 져서 찾는 사람이 없는 철학의 길은

그야말로 고요게 오롯이 걸을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 됐다.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일본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시타 기타로라는 철학자가

이 길을 따라 산책을 했대서 붙어졌단다

하지만 나는 "철학"에 방점이 찍히는게 아니라

"길"에 방점이 찍힌다.

길...

자고로 길이란 걷지 않으면 그 진면목을 알 수 없는 법.

그래서 사유와 철학은

발끝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니시다 기타로는 <선의 연구>라는 글을 통해

세상에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물의 일면만을 보고 선악의 개념에 메달려 전체적인 진면목을 보지 못한다는게 그의 말이다.

윤리를 초월한 그의 철학은 193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여러 제자들을 배출하면서

"교토학파"라는 새로운 사상적 집단을 형성했다.

하지만 따르는 무리가 많으면 반작용처럼 폐단도 생기는 법!

니체의 초인사상이 나치의 사상적 기반이 된 것처럼

교토학파의 초월론 역시 일본제국주의의 잔학성을 은폐하는 이론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사유로서의 철학이 아닌 도구로서의 철학은

그 어떤 잔인함보다 폭력적이고 비극적이다.

정도(正道)의 길은.

어렵다. 그것도 너무 많이.

 

 

오래 걸은 후에 먹은 성찬(誠餐)

매번 일본에 올때마다 한 번씩은 가게 되는 게요리집.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갑각류를 좋아하진 않는데

언니가 워낙 좋아해서...

일본 음식의 좋은점 하나,

간도 향도 쎄지 않다는거.

 

나이가 들수록 단백한게 편해진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보는 것도,

삶과 사람도 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