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기요미즈데라(청수사).
10여년 전 일본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
778년에 창건된 청수사는 안타깝게도 여러번의 화재로 소실됐고
1633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됐단다.
(기왕 재건하는게 조금 더 옛스럽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곳은 유난히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의아해서 물어보니
신넨자카나 니넨자카에 기모노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는 있단다.
전통사찰에서 보는 기모노는 운치가 있긴한데
아무래도 보폭이 좁고 신발도 걷기에 너무 불편해보였다.
머리장식까지 갖춘 격식을 차린 의장은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기모노를 입고 재재거리는 다니는 여햑생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있냐 떠올려봤더니... 없더라...)
본당 안에는 십일면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모셔져있고
절을 하는 곳에는 소원을 비는 항아리(?)같은게 놓여있다.
홍두께같은 방망이로 이 항아리를 계속 두두리면서 기원을 하는 모습이 내 눈엔 참 이상해보였다.
소리도 그닥 영롱하거나 맑지도 않던데...
기요미즈데라가 유명한 이유는 139개의 나무기둥에 세워진 본당때문이다.
못질 없이 짜맞춤으로만 만들었다는 이 누각은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아찔감과 신비감을 준다.
유명한 신주노토 3층탑은 보수중이라 가림막에 가려져있다.
학업, 장수, 사랑을 기원하는 오토와노타키 앞은 역시나 사람들도 장사진을 이룬다.
욕심을 부려 세 개의 물을 다 마시면 오히려 효험이 없다니
심사숙고해서 한 개의 물줄기만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건?
정답은 nothing.
물도 두레박도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았고
굳이 일본까지와서 빌만큼 학업도, 장수도, 사랑도 간절하지 않아서...
"재미"로라도 해보면 좋을텐데
이상하게 "체험"보다는 "관람"쪽을 점점 선택하게 된다.
(나이 탓이겠지만...)
그런데 그 밑에서 사람들 표정을 보는 게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의외로 진중하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사람들 표정 보고 잇으면,
아주 비장하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사람들 소원 아주아주 정직하교 간절한거다.
그 소원들...
진심으로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슈신사에는 유명세를 타는 돌(?)이 있는데
거리가 좀 떨어진 두 개의 돌 사이를 눈을 감고 일직선으로 걸어가면 인연을 만난단다.
신기한 건,
의외로 이걸 남자들이 많이 한다는거다.
그것도 두 눈 꼭 감고 아주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 너무 신중히.
(그 아저씨들도 좋은 인연 다 만났시길...)
아무래도 "인연"에 점점 cool해지는 건 확실히 여자쪽인것 같다.
북쩍이는 사람들을 피해 멀리 보이는 붉은 자안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곳은 마치 딴 세상처럼 조용하고 한적했다..
그런데 나무 사이로 멀리서 본 자안탑과 바로 눈 앞에서 대면한 자안탑은...
괴리감이 느껴질만큼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남의 나라 문화재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거 참 몰상식하고 무식한 소리지만
붉은 벽돌색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 같다.
탑신(塔身)의 주색(主色)이 한없이 저렴해만 보여서...
뭔가를 제대로 보려면
"거리"라는게 꼭 필요한 모양이다.
너무 가까워서, 혹은 너무 멀어서 미처 못보는 것들.
청수사에서 둘러보며 나는 "거리"가 주는 틈에 대해 아주 오래오래 생각했다.
시선의 틈
사고의 틈.
그 틈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