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5. 25. 09:57

후시미 이나리 진자는

영화 "게이샤의 추억" 촬영지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교토의 명소다.

꼭 영화가 아니더라도 끝도 없이 늘어선 붉은색 도리를 보고 있으면

신기함을 넘어 기묘함이 느껴진다.

늘 사진으로만 봤던 곳을 실제로 본다니...

기분 좋은 긴장감이 흐른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수확의 신에게 바쳐진 신사로

건물의 입구마다 좌우로 붉은 목도리를 맨 여우석상이 서있다.

근데 이게... 한참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딘지... 좀 무섭다.

그 놈이 그 놈 같겠지만

자세히 보면 여우 얼굴도 다 다르고 표정도 삼엄해

귀엽다는 느낌은 없다.

이 숱한 여우들은 이나리 여신의 자식들이자 심부름꾼들이라고.

 

 

후시미 이나리 진자 뒤에는 4km 정도 이어지는 붉은 도리 터널이 있다.

도리의 뒷면에는 봉헌한 사람의 이름과 복을 기원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성실히 앞만 보고 가면 절대 안되고

가끔 뒤를 돌아봐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엄청난 길이에도 입이 벌어지지만

 4~5년에 한 번씩 도리를 교체한다는 말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크기와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제일 작은 도리의 가격이 무려 175,000 앤이다.

그러니까,

"나 오늘 후시미 이나리 진자에 도리 하나 세우고 왔어!"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

아, 저 사람 좀 사는구나... 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싶다.

 

 

늦은 오후에 올라간 덕분에

터널 안에서 해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서정적이었다.

뉘엿뉘엿 기우는 햇빝을 따라 도리의 붉은빛의 명암이 수시로 달라졌다.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재미있다.

(이해된다. 올라갈수록 사람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니...)

문득 언니와 형부가 너무나 고마웠다.

두 사람은 이곳에 여러번 왔었다는데

내때문에 늦은 오후에 또 다시 산을 오르고 있으니... 

 

자매라는거,

참 좋다.

형부도 너무 좋고.

Thanks to...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