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3. 10. 08:28

몸이 좋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기도 했지만

2주 동안 주말을 그냥 집에 있었다.

일단은 낯설고 어색하다는 느낌.

집이 낯설어지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 부터였는데

그래서 떠나야 할 때라는 건 아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너무 오래 집에 있었다.

사실 잠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저앉은 자리를 툭툭 떨어내버리고 일어서는게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용기인지

절감하는 시간들이다.

아직 한참 어리고 느린 나이였을 때

나는 지금 이 정도의 나이가 되면 세상이 만만하고 그래도 적당히 쉬워질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반은 맞고, 불행히 반은 틀렸다.

쉬워지진 않았지만 조금은 만만해졌다.

어릴때 같으면 크게 동요하거나 크게 분노할 일들에 무덤덤해졌다.

그려려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타협이 아니라 일종의 게으름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시간이 남겨주는 게으름을 이제 점점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몸이 좋지 않아 하루종일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약을 먹으면 밀려오는 몽롱함에 기꺼이 나를 놓아버렸다.

잠도 아닌, 깨어있는 것도 아닌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굳이 손에는 책을 놓치 못하고 띄엄띄엄 책장을 넘겼다.

주변에 흩어져있는 몇 권의 책들은

동유럽과 터키, 그리고 또 다른 유럽을 소개한 책이었다.

글을 읽다 사진을 넘기다 또 다시 까무륵 졸음처럼 덮쳐오는 약기운에 의지해

토막잠 같은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순간 아직 가보지 못한 그곳이 가본 곳처럼 익숙해졌다.

기약없이 반복된 환영처럼...

 

유난히 낯선 월요일.

수마(睡魔)를 걷어내고

또 다시 일상을 산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