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3. 26. 07:41

출근 길에 목련 가지 끝에 꽃봉오리가 꿈처럼 잠들어 있는 걸 봤다.

이제 며칠 뒤면 잠에서 깨어 함박웃음을 웃으리라.

문득 그 찰나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늘 나를 비켜만 갔던 개화의 순간.

매번 이번엔는 꼭 봐야지 다짐을 하면서도

어김없이 어느 순간 눈을 돌리면 꽃들은 이미 만개해 있었다.

꼭 꽃 뿐만은 아닐거다.

얼마나 많을까?

내가 매번 놓쳤던 그 찰나의 순간들이...

 

출근 길에 본 아직 열리지 않은 목련꽃봉오리가

내 시선과 생각 모두를 송두리째 잡아챈다.

또 다시 시간이 개념이 헝클어진다.

과거의 시간들이 느닷없이 목전에 서서 해명을 요구하고

아직 지나지 않은 미래의 시간들은 과거의 시간처럼 누추하게 웅크려있다.

헤실헤실 풀어지는 시간들.

순간 완전히 낯선 소리로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다.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시간들이 내게 소나기같은 질문을 퍼부을 때.

그럴 때면 나는 상자 속에 다시 숨어버리거나 혹은 몸과 마음을 무방비로 놓아버리고 진심으로 미쳐버리고 싶다.

폭격 속에 혼자 서 있는 느낌.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성실한 미친년이 되버리고 말것인가에 대해...

(이런 경우,  "광녀"라는 온건한 단어보다는 가차없이 "미친년"이라는 표현이 써줘야만 한다. 꼭!)

 

시간의 여백으로 바람이 지나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 참 빡빡하고 거칠다.

아무래도

비가... 와줘야 할 것 같다.

구토처럼 몰려오는 광기를 잠재울 씻김굿.

지금 나는 그걸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Good luck!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