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도 필요 없다.
사람들으로 북적이는 두브로브니크 골목 골목에
불이 하나 둘 들어오면 그때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람을 향한 사랑이 아니라고 열렬하지 말란 법은 없다.
원래 대답없는 사랑이 더 애뜻하다.
오히려 넋을 놓고 대놓고 바라봐도 뭐라 할 사람 없어 사람을 향한 사랑보다 편안하다.
깜빡깜빡 불이 켜지는 순간은,
또 어찌나 애닮은지...
몇 번의 점멸로 밀당을 하더니 한순간 완고하게 불을 밝힌다.
주변은 순식간에 팝콘이 터지듯 빛이 터진다.
사랑이 이렇게 명확하기만 하다면,
사랑때문에 아플 일도, 힘들 일도... 전혀 없겠다.
오늘 하루치의 수고를 짐 속에 꾸리고 있는 거리의 악사.
그의 어깨 위로 딱 하루만큼의 자유가 내려앉는다.
노곤한 하루.
그의 하루는 이제 시작일까? 아니면 끝일까?
뭐가 됐든 몸도 마음도 무도 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명(明)에서 암(暗)으로 천천히 바뀌는 두브로브니크 골목에서
나는 고적한 주인공의 데뷰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어두워진 골목길.
머리 위로 보석들이 쏟아진다.
어쩜 저리 한결같고 어쩜 저리 단정한지...
홀로 눈에 띄겠노라 작정하고 거대하게 몸집을 키운 놈도 없고
원색의 네온으로 화려하게 몸을 치장한 놈도 없다.
마치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처럼 다정하게 어깨를 나란히 한 불들.
이걸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밤마다 나는 이 사랑때문에 애닳고 행복했다.
지금도 그 밤의 불빛들이 내내 그립고 보고프다.
그래, 이건 분명 사랑이다.
함부러 애틋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