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9. 23. 08:27

필레 문을 지나 플라차대로를 따라 가다보면

플로체 문 가까이에 루자 광장이 있다.

이 광장 주변으로 성 블라호 성당, 스폰자 궁전, 렉터 궁전이 모여있고

위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대성당(성모 승천 성당)과 성 이그니티우스 성당이 나온다.

성 블라호은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으로

한 손엔 한상 두브로브니크 성채를 들고 있다.

병자와 빈자의 성인으로도 추앙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목에 생선가시가 걸려 죽을 뻔한 아이를 살려서라고.

자고로 우리 엄마가 그랬다.

목에 생선가시가 걸리면 밥을 한 숟가락 떠서 김치에 싼 다음 한 번에 꿀꺽 삼키면 된다고...

성당은 1667년 대지진때는 큰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1706년 발생한 화재로 소실돼 그 자리에 다시 재건축을 했다.

성당은 베네치아의 건축가 마리노 그로펠리(Marino Gropelli)가 설계했는데

그는 건축가 보다는 조각가로 유명해 성당 외곽의 동상 제작에 가치를 많이 뒀다고 한다.

 

 

성당 중앙부에 높게 솟아있는 돔에는

두브로브니크 금세공법으로 특수하게 제작된 성 블라시우스 동상이 대리석 제단 위에 모셔져있다.

이 동상은 지진과 화재 속에서도 전혀 손상을 받지 않아서

성 블라시우스가 여전히 두브로브니크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음을 줬다고!

매년 2월 3일 그의 축일을 기념하는 행사는

현재 유내스코 세계 무형 문화제 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확실히 성당 내부는 외부보다 소박하고 아담하다.

화려한 주제단 뒤에 파이프 오르간이 자리잡은게 좀 특별했다.

뒷편이나 좌우에 있는 건 많이 봤는데 이런 위치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울림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높은 벽에 걸려잇는 그림들도 범상치 않아 보였는데

화가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서 물음표만 남았다.

 

 

성 블라호 성당 바로 앞에 서있는 올란도 기둥(Orlando's Column)은 

두브로브니크의 공공장소에 세워진 조각들 중 가장 오래됐단다.

올란도는 카를 대제의 조카로 이베리아 반도를 침락한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기독교 세계를 지켜낸 기사다.

중세시대 기사의 표본이라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 있는 기둥은 1418년 밀라노의 조각가 보니노(Bonino)에 의해 만들어졌고

두브로브니크의 자유를 상징한다.

주요 행사가 개최될때마다 이 동상에 두브로브니크 공화국 국기가 꽂히고

정부에서 칙령이나 성명도 올란도 기둥 받침대 계단에 올라가 선포한단다.

그리고 두브로비니크의 길이의 표준 단위 1엘(Ell)도

올란도의 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 51.2cm를 뜻한다.

그래서 예전에 루자광장 상인들이 물건을 사고 팔 때면 이곳에 와서 길이를 측정했단다.

올란도가 들고 있는 검은 요정이 만들었다는 전설의 명검 "뒤랑달"이다.

근데 나는 저 기사님에게서 한국 아줌마의 포스를 느끼는걸까???

게다가 이 기둥 아래에 유독 한국 아주머니들이 많이 앉아계신다.

아웃도어를 위시한 컬러풀한 옷에, 비슷한 퍼머머리와 모자, 선글라스까지...

두브로브니크에 머무는 3일 동안 이분들 때문에 혼자 빵 터졌던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먹다가 남긴 음표수 병을 아무렇지 않게 가게 앞에 툭 던지고 가는걸

가게 주인장이 나와서 쫒아가 기어이 던지고 간 아주머니 손에 쥐어주고 오시더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되돌아오는 주인장을 보는데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른 모든걸 다 떠나서

최소한의 예의와 상식.

이것만은 전 세계 누구라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