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10. 12. 08:34

성 이그나티우스 성당(Church of St. Ignatius)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피에트로 파살라크라가 만들었는데 로마에 있는 스페인 계단이 모델이 됐단다.

로마의 스페인계단같은 우아함은 없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는 충분하다.

특히 이렇게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에는 더욱더.

계단 끝에 하늘과 닿아있는 시계탑의 스카이 라인이

계단의 수평선과 나란해서 묘한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좌우로 우뚝하게 솟은 건물이 계단을 폭 감싼다.

어딘지 모성애가 물씬 풍기는 구도라고나 할까! 

 

 

성 이그나티우스는 스펭인 사람으로 예수회의 창립자이자 초대 총장이다.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은 아그나티우스는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교회섲거을 탐독하면서 회심을 얻어

평생을 하느님을 위해 헌신하기도 다짐한 인물이다.

건강을 회복한 뒤 스페인 모세라트의 성모 성당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환시를 체험하게 된다.

환시의 내용은 "로마에서 너에게 은혜를 베풀겠다 (Ego vobis Romae propitius ero)"라는 예수의 예언이었다.

그 후 고행자가 된 이그나티우스는 만레사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 1년간 기도와 극기의 시간을 보낸다.

그 기간 동안 고행과 문전걸식으로 연명하고

가시돋친 허리띠를 두르고 단식과 명상을 생활하면서 청빈과 순결, 순의 삶을 맹세한다.

점점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생겨 1539년 "예수회"가 조직된다.

예수회는 1540년 교화 바오로 3세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고

162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의해 이그나티우스는 군인, 피정자의 수호성인로 시성된다.

 

성당 안의 화려한 천장 벽화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화가이자 건축가인 아그나키오 포조(Ignazio Pozzo)가 그렸다.

(푸조 역시 예수회에 소속된 장인이었다.)

벽화의 내용은 성 이그나티우스가 천국으로 올라가 예수를 만나는 모습이다.

성당 뒷편에는 성모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굴이 있는데

교회 내부에 있는 동굴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에 속한단다.

동굴 속에 서있는 분은 "루르드의 성모".

프랑스의 시골 마을 루드르에 베르나데트 수비루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들과 함께 강을 건너게 됐는데

마사비엘 동굴 근처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빛을 보게 된거다.

자세히 보니 빛 속에 하얀 베일과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여인의 손에는 묵주가 들려 있었고 발 아래에는 노란장미가 만발했다.

그 순간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묵주를 꺼내 기도를 바친다.

기도를 마치고 고개를 들자 빛 속의 여인은 베르나데트에게 인사를 하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베르낟트는 여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단다.

"앞으로 2주동안 매일 이 동굴로 오너라.

 너에게 이 세상의 행복은 약속하지 못하지만 다음 세상의 행복은 약속하마"

성모와 소녀의 만남은 18번 이어졌고 후에 치유의 샘물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프랑스 루르드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은 성지순례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됐고

지금도 치유와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기적수(奇跡水)를 마시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내가 성당을 찾은 날도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어르신들이 계셨다.

저 분들의 기도 속에 담겨있는 기적과 치료의 기원이 부러웠다.

기적을 바라고, 기적을 믿는 마음.

그렇다면 나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 아프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