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이반 요새로 가는 성벽 길.
오른편으로 나란히 바다가 함께 걷는다.
욕심없이 아주 평화로운 동행.
저 멀리 유명한 부자카페도 보인다.
(누나 덕분에 한국인들에게 부자카페는 일종의 성지가 됐다.)
혼자걷는 걸음이 방해되는게 싫어서
이곳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만큼의 거리에서 내려다보는 것 역시 나쁘진 않았다.
일종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 느껴지는 뷰(View)라고나 할까? ^^
성벽 위의 여행객의 행복한 모습도 좋고,
성벽 위에서 훔쳐보는 현지인의 평범한 일상도 더없이 좋다.
보기에 좋더라, 좋더라, 좋더라...의 연속.
일생이 늘 이럴 순 없지만
가끔만이라도 이럴 수 있으면 생을 버텨가는게 확실히 편안하리라.
꼭 지금의 나처럼.
시샘 반, 부러움 반으로 사람들이 말한다.
좋았겠네요. 유럽여행도 가고...
여윳돈이 많으신가봐요. 매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월급쟁이다.
독거인이기에 책임질 부양가족이 없다는걸 빼면
내 삶도 다른 직장인의 삶처럼 늘 팍팍하고 간당간당하다.
다른게 있다면 옷이나 가방, 화장품 그리고 식(食)에 그다지 욕심이 없다는거.
옷은 15년 넘은 게 수두룩하고,
화장품은 미샤제품을, 그것도 시즌 세일에 사두는 편이다.
지금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인터넷으로 2만원 주고 사서 3년째 쓰고 있고,
신발은 항상 만원을 넘지 않는다.
(워낙 잘 넘어져서 좋은 신발 사기가 영...)
하다못해 공항 면세점에서 뭘 사 본 기억도 없다.
여행도 항상 6~8개월 전에 최저가를 찾아서 준비하고
숙소는 일행이 없으면 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여행 중 식(食)이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적기도 하지만
다녀와서 총경비를 말해주면 다들 화들짝 놀란다.
그 돈으로 유럽여행이 가능하냐고...
그러니까...
나는 좀 못 입고, 좀 못 먹고, 잠 좀 못자도 전혀 상관없다.
그냥 여행 자체가 너무 좋을 뿐.
내 두 발로 걸어서,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손으로 만져서
내 기억 속에 담는거!
그 하나가 날 미치게 설래게 한다.
뭐가 됐든 살기 위해서는 숨은 쉬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게 이거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