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 남동쪽에 위치한 성 이반 요새에 펼쳐진 커다란 광장(?)
개인적으로 보카르 요새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이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다.
이분(二分)된 풍경이 마치 좌우에서 나를 호위해주는 것 같아
천군만마보다 더 웅장하고 호쾌하더라.
포구를 바다쪽으로 향한채 고정된 대포들을 보니
문외한인 내 눈에도 이곳이 군사적 요충지였다는게 실감됐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해양박물관.
오래된 배들의 역사와 흔적을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금방이라도 사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릴 것 같고
닺이 내려질 것 같고, 돛이 펼쳐질 것 같다.
배의 역사는 전쟁과 실종의 역사이자
바람이 허락하는 길의 역사이기도 하다.
가라앉음으로 시작된 의도치 않은 영면(泳眠)의 시간.
아득하고 또 아득하다.
성 이반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두브로브니크 골목들.
미로같은 길에선 수시로 사람들을 쏟아져 나오고
그 사람들은 수시로 흩어졌다 모인다.
촘촘한 모자이크 돌길 위에
하나의 규빅처럼 놓어졌다 사라지는 사람들.
그렇게 각각의 움직임은 하나의 리듬이 되고 지도가 된다.
성벽 위 사람들의 리듬과
성벽 아래 사람들의 리듬.
둘은,
결국 만나더라.
운명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