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의 경제 중심지 역할을 했었던 스폰자 궁전(Sponza Palace).
과거에는 이곳에서 조폐, 은행, 재무, 세관 등 주로 재정과 관련된 업무를 주관했다.
현재는 고문서와 역사를 기록한 문서들을 보관하는 국립기록보관소 및 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고
건물 왼쪽편은 신유교 연방과 크로아티아 내전 중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방이 있다.
밖에서 볼 때 2층과 3층 외벽장식, 특히 2층 창문장식이 아름다웠던 곳.
왼쪽 건물과 지붕을 비교해서 보니 스폰자 궁전이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짐작된다.
3층의 건물 한 가운데는 역시나 수호성인 블라호의 조각인데 좀 무섭게 생겼다.
(밑에서 올려 찍어서 지못미가 되기도 했지만...)
스폰자 궁전은 시계탑과 연결되어 있는데 연결아치 위에는 작은 종이 여러개 보인다.
아마도 시계탑에서 울리는 종의 근원이 이곳이지 싶다.
그러면 마로와 바로가 있는 종탑은 페이크인가???
싶다가도 에이, 설마하면서 혼자 열심히 북치고 장구를 친다.
(어찌나 혼자 잘노는지...)
스폰자 궁전 내부를 둘러싸고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살펴봤다.
전부 흑백사진이었는데 주제가 뭔지는 도통 모르겠더라.
패션화보집 같기도 하고, 기업 이미지 같기도 하고,...
뭐가 됐든 궁전의 내부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사진보다는 내부를 꾸미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처음엔 파티가 열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았다.
결혼식 준비를 하는 중이라는걸.
처음엔 궁전에서 결혼식을 한다는게 신기했고.
그 다음엔 그걸 전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현지인의 일상이 부러웠다.
잠시 후에 스폰자 궁전으로 들어서는 신부와 신부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아빠가 아니고 신랑이었을까????)
운좋게 현지인 결혼식을 보나 싶었는데 초대장이 없으면 아예 궁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도 구시가지가 워낙 작아 돌아다니다보면 궁전 앞을 몇 번식 지나가게 되니
본의 아니게 생면부지의 결혼식을 계속 지켜보는 꼴이 됐다.
결혼식은 생각보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본식이 끝난 뒤엔 의자가 치워지고 스탠딩 테이블을 설치해서
피로연 비슷한 와인파티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완전히 깜깜해지니 라이브밴드의 연주가 시작되면서 댄스파티로 이어졌다.
그야마로 말로만 듣던 축제같은 결혼식이었다.
솔직히 많이 부럽더라.
식장입구에서 돈봉투를 들이밀고 서둘러 식당으로 향하는 우리네 결혼식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어서...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에 다시 찾은 스폰자 궁전은
파티의 흔적이라곤 눈씻고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여기가 어젯밤 늦게까지 파티를 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런거구나.
이렇게 완벽하게 정리를 해버리니 궁전도 결혼식장으로 내어줄 수 있는 거구나.
헐...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하네!
아침부터 제대로 "멋짐"을 목격해버린 나.
부럽고 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