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1. 11. 07:52

스페인 광장을 나서면 상가가 밀집해 있는 코르소 거리(Via del Corso)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곧바로 타원형의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이 나온다.

popolo는 영어표기로 peple이니 "시민의 광장"쯤 되겠다.

포폴로 광장은 삼각형 도로 트리덴트 (Trident) 꼭대기에 위치한 광장으로

1820년에 주세페 발라디에르에 의해 완성됐다.

그 당시 이곳은 사형수들의 공개 처형 장소로 이용됐다고.

 

 

광장 한가운데 있는 오벨리스크는

BC 1세기경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 정복을 기념하기 위해 가져온 것으로

높이가 무려 36m나 된다.

원래 주인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의 것이지만

패전의 결과는 소유권 이전이라는 참혹한 역사를 만들어냈다.

꼭대기 십자가는 피에트로 광장의 오벨리스크처럼 나중에 추가로 설치했다.

오벨리스크 중간중간을 보면 운반을 위해 돌을 잘라낸 흔적들이 역력한데

그래서 그걸 볼 때마다 아픈 우리의 역사가 오버랩이 돼서 서글프고 안스럽다.

이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 날이 올까 싶어서... 

 

 

코르소 거리 반대쪽에는 포폴로 광장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는데

최초 설계자는 미켈란젤로 미뇰라다.

(이탈리아에는 미켈란젤로가 참 많기도 하다...)

이 문은 1665년 베르니니에의해 새롭게 단장됐는데

이유는 스웨덴의 여왕 크리스티나를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크리스티나는 프로테스탄트에서 로마 카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스웨덴 여왕의 자리까지 내놓은 인물이다.

(로마 카톨릭 입장에선 이렇게 문이라도 세워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을테다.)

그 문을 통해 들어오면 왼편에 소박한 건물이 나오는데

이 건물이 바로 로마에서 가장 많은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다.

사실 포폴로 광장에 오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이 성당 때문이었다.

미켈란젤로의 필생의 역작 두 편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Chieas di Santa Maria del Popolo)

지금 말하는 미켈란젤로는 피에타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다른 미켈란젤로다.

그는 본명 "미켈란젤로 메리지"보다 "카라바지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다.

100년전 태어난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명성을 감당할 수 없었는지

본명을 버리고 자신이 태어난 지역 "카라바지오"를 이름으로 사용했다.

"카라바지오의 붉은색"은 한 번 보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강렬합니다.

카라바지오와 마크 로스코.

"레드"라는 색채로 오버랩되는 두 명의 위대한 화가.

카라바지오의 역작 두 편을 꼭 보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간절히...

 

"성 베드로의 순교(Crucifixion of St Peter")와 "성 바울로의 개종(Conversion of St Paul)"

그러나 성당 입구는 너무나 완강하게 닫혀 있었다.

성당 한켠 부속건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박물관이었는데

이곳 역시도 완강하게 닫혀 있었다.

혹시나 다른 출입구가 있나 싶어 성당을 감싸며 둘러봤지만 없는건지, 찾지 못한건지 알 수 없었다.

로마에서의 마지막날,

카라바조에게 뜻하지 않은 내침을 받으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로마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정말 쉽지 않는 곳이로구나.

 

 

아쉬움을 가득 안고 포폴로 광장 남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있는 두 개의 성당 앞에 선다.

왼쪽은 예술가들의 성당이라고 불리는 산타 마리아 몬테산토 성당이고

오른쪽 성당은 산타 마리아 미마콜리 성당이다.

두 성당은 정면에서 보면 정말 쌍둥이처럼 똑같아 보이지만

옆으로 살짝 틀어서 보면 쿠폴라의 모양이 다르다는걸 알 수 있다.

왼쪽은 타원형에 가깝지만 오른쪽은 그보다 더 둥근 형태다.

두 성당 사이에서 종탑을 올려다보면 둘 중 어느 성당이 먼저 만들어졌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정답은 오른쪽!)

마침 오른쪽 성당 문이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봤다.

성당 안에는 신도 두어분이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고

몇 명의 여행객이 조심스럽게 성당을 둘러보고 있었다.

화려한 천장화나 눈을 사라잡는 프레스코화는 없지만 소박하고 고요한 성당이다.

혹시나 카메라 소리가 기도에 방해가 될까 싶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고요하게 모아진 두 손에 간절함이 담겨 있어서...

 

기도.

간절함.

그리고 고요함.

 

침묵은 힘이 쎄다.

언제나 한결같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