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9. 08:33

과달레빈 강(Rio Guadalevin) 타호 협곡 위에 누에보 다리.

부서지는 햇살 속에서 맞닥드린 누에보 다리는

내가 서 있는 공간을 지상의 세계가 아닌 천공(天空)의 도시로 만들어버렸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는 곳.

분명히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인데 그게 현실이 아닌 "환상" 혹은 "꿈"처럼 느껴진다.

이 협곡 사이에 이런 수직의 다리를 만들면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있었을까?

날 선 한기가 스쳐간다.

그래선가?

웅장하게 서있는 누에보 다리가 비장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 다리 덕분에 구시가와 신시가의 왕래가 편해졌지만

예전에는 협곡 아래를 빙 둘러 다녔다니 불편함히 이만저만이 아니긴 했겠다.

필요는 결국 해결책를 만들어낸다.

1735년 이곳에 세워진 첫번째 다리가 세워지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협곡 아래로 무너지는 비운을 겪는다.

그 후 1751년 그 자리에 다시 다리를 짓기 시작해서 40년 후 드디어 완성시킨다.

과거의 다리와 완전히 다른 튼튼하고 굳건한 새로운 다리를...

그리고 다리의 이름을 "새것"이라는 뜻의 "누에보"라 명명했다.

그 다리가 200년이 훌쩍 넘는 지금까지 론다의 구시가와 신시가를 연결해주고 있다.

다리 위에서 까마득한 협곡을 내려다보며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려도

이 다리는 언제나 "누에보"일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누에보 다리로 향하다 햐얀 외벽에 노란 지붕의 건물이 보여서 잠깐 발길을 멈췄다.

1758년에 만들어진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라고.

(참 사전 정보 없이 돌아다니는구나... 나란 여행자!)

역사와 명성에 비하면 규모는 작았지만 건물 앞의 황소 조형물은 정말 특별하더라.

날카로운 뿔을 한껏 세운 검은 소는 금방이라도 달려들것 같이 당당하고 거침 없어 보였다.

이곳은 근대 투우의 창시자 프란시스코 로메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우장으로

로메로라는 인물은 투우의 붉은 망토" 물레타(muleta)"를 처음으로 사용한 투우사이자

오늘날 사용하는 투우의 거의 모든 규칙을 만든 사람이다.

그 아들 역시도 대를 잇는 유명한 투우사였다고...

둥근 건물 외벽을 왼쪽으로 끼고 걸어가면 이부에 로메로와 그의 아들 동상이 서있는걸 볼 수 있다.

(아마도 뮬레타를 펼져져 있는 사람이 로메로인듯...)

지금도 실제로 투우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경기가 없을때에도 입장료를 내면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안에 들어가면 투우관련 박물관이 있다는데 이런 쪽으로 관심이 전무해서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개인적으론 투우장 외벽이 눈처럼 새하얀색이라는게 뜻밖이었다.

난 좀 더 강렬하거나 정열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박하고 단정하기까지 하더라.

건물 외벽에 달려있는 등이 무척 사랑스러워 불이 켜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반나절 일정으론 그 모습을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쉽게도 발길을 돌렸다.



론다를....

반나절만 머물겠다는 생각은 턱없는 오만이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생각하면 잠깐의 머뭄이 다행이었다고 안도하게 된다.

단 하룻밤만으로도 이곳은 내 발목을 붙잡기에 충분한 도시이기에...

역시 깊게 빠지기 전에 도망치길 잘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병(病)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잘했다, 

잘했다. 

참 잘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