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6. 15. 09:16

본의 아니게 휴가같은 시간들의 연속이다.

강골은 아지니만 그렇다고 약골 또한 절대 아닌데

신종플루에 대상포진까지 겪고나니 어쩌다 면역력 최약자라는 닉네임이 붙어서

다들 조심하라고 한마디다.

물론 현재 아주 건강하고, 열도 안나고, 근육통 따위도 없다.

근무하면서는 마스크도 꼭 쓰고 있고

틈만 나면 손소독제로 손을 닦는다.

 

아무래도 삼성병원이 뚫린게 치명적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삼성병원 슈퍼전파자 14번에 의해 감염됐다.

조심, 또 조심하는게 당연지사지만

이러다가는 의료계의 타격이 상상외로 커질 것 같다.

물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고,

그래서 응급실, 진료실 폐쇄도 당연한 일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게 정답이다.

 

일터가 병원이다보니

주변에 걱정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난 괜찮은데...

너무 걱정들을 하니 내가 아파야 하는건가... 싶다.

가까운 사람들에겐 말했다.

이런 저런 소문 듣지 말고 나한테 직접 확인하라고...

현장에 있는 내가 더 잘안다고...

메르스가 왜 괴담이 됐는지 지금 제대로 실감하는 중이다.

 

무능한 정부도 원망스럽고,

안이하게 대처한 대형병원도 원망스럽다.

아프면 한 병원에서 진료받지 않고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는 환자들의 생리도 안타깝고

그러면 안된다는걸 알면서 환자를 거부하는 병원의 현실도 안타깝고 슬프다.

이 엄청난 의료계의 쓰나미가 언제쯤 잠잠해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여전히 남아있는 의료진들이 더 많고

싸워서 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직원들이 더 많다.

그러니 제발...

이게 한국 의료의 바닥이라고 치부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바닥이라고 비난하는 곳에서

오늘도 열심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손가락질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울한 소식으로 가득한 월요일,

몸보다 맘이 더 아프지만

난 여전히 병원에 있다.

이곳이 내 삶터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