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2005년 LG 아트센터 초연.
2010년 성남아트홀 120회 원캐스팅 공연.
그리고 2012년 <아이다>의 세번째 라이선스 공연이 시작됐다.
초연때부터 싱크로율 100%라는 말을 들었던 소냐가 드디어 <아이다>로 분했다.
(미안하지만 차지연 아이다는 일단 내 관심에서 벗어났다.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다지만 그래도 여전사같은 체격이 관객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좀 힘들다.
그리고 모든 노래를 끈쩍끈쩍하게 꾹꾹 눌려 부르는 그녀 특유의 방식도 개인적으론 좀 별로다.)
게다가 일본 사계에서 라다메스를 했던 김준현까지...
공연 전부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
엘튼 존의 멋진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다니...
소냐 아이다.
일단 라다메스 김준현과 나란히 섰을 때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다.
이 사랑스러움은 아마도 김준현의 탁월한 기럭지 때문에 가능하리라.
(정말 역대 최고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라다메스다.)
캐스팅 발표후 소냐 스스로의 각오도 남달랐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니 역할에 임하는 태도와 집중력이 엄청났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게 그게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거다.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아이다를 훌륭하게 연기하는 소냐의 비장함과 각오가 자꾸 보여서...
1막에서 라다메스가 떠밀려 파라오가 돼야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말할 때
아이다가 초등학생을 꾸짖듯 라다메스를 다그치는 장면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냐의 아이다 표현은 참 좋았다.
한 나라의 공주에서 한 남자의 여자로 변하는 과정을 참 꼼꼼하게 잘 해석하고 표현한 것 같다.
아쉬운 건 노래뿐만 아니라 대사를 할 때도 숨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는 거.
소냐의 공연을 볼 때마다 항상 의아했다.
호흡이 짧은 것도 아니고, 성량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숨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까?
대사전달력도 좋고, 넘버 소화력도 참 좋은데
숨소리가 너무 커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건지도...)
김준현 라다메스!
이석준, 이건명, 김우형과 정말 다른 라다메스다.
개인적으로 김준현이 표현하고 보여준 라마메스가 참 마음에 든다.
초반엔 좀 깐죽거리고 능글능글한 마초같은 이미지였는데
(1막 중반까지 라다메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한 때 콱 쥐어박고 싶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한 여자를 사랑하는 확고한 남자의 모습으로 확 바뀐다.
노래가 불안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력과 이력이 있으니까 중반부를 넘어서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거란 생각이 든다.
김준현 라다메스는 앞자리에서 보는 걸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그 느물느물한 표정과 동작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다만 신체조건이 워낙에 좋아서 그런지 의상이 바뀔 때마다 순간 런웨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라다메스의 의상이 이렇게 눈에 잘 들어오긴 처음이다! (와우~~~)
이건 뭘 입어도 그냥 모델 필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my strongest suit다.
그래선지 "elaborate lives"의 느낌도 너무 좋다.
(노래까지 좋았으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 좀 기다려보자!)
정선아 암네리스는 뭐 말이 필요없고.
(그런데 살이 좀 많이 붙은 것 같다)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졌지만 연기적인 표현력을 훨씬 더 좋아졌다.
아이다가 공주에서 여자로 변할 때
암네리스는 여자에서 공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런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예전보다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I know the truth" 가 더 의미심장하고 아프게 느껴졌다.
(사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이 암네리스 공주 아닌가 말이다!)
이정열 조세르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약했다.
일부러 노래를 그렇게 부른 건지, 아니면 컨디션이 별로였던건지 좀 모호하다.
권위적인 야심가가 아니라 아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아버지 같다.
결혼식 장면에서의 의상은 살짝 어머니 같기도 하고... ^^
박철완 메렙도 나쁘진 않았지만
워낙에 김호영의 이미지가 강해서 지워내기가 솔직히 힘들긴 하다.
디큐브아트센터는 처음 가봤는데 무대가 성남보다 작아서 좀 갑갑한 느낌이다.
음향이 좋다는 후기가 많아서 기대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음향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주연배우 소냐는 공연 중에 마이크가 여러번 문제를 일으켰고
전체적인 음향도 그렇고 배우들의 소리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좀 작게 느껴져 웅장함이 덜했다.
그래선지 "another pyramid"도 조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성남아트홀보다는 덜 역동적이었다
수영장 장면에서 엎드려 있던 뜬금없는 마네킹(?)은 좀 안습이었지만
이어지는 패션쇼 장면은 언제봐도 정말 감탄이다.
네헤브카의 중요한 대사 "내가 아이다다'는 비장함과 결의가 묻혀버렸지만
전체적으로 앙상블의 열정은 대단했다.
여자 앙상블은 정말 민망하게 앙상한 몸이던데...
참 묘한 건,
<아이다>는 눈 앞에서 보고 있을 때보다
보고 난 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그 느낌이 훨씬 더 깊고 애절해진다는 거다.
따지고보면 참 황당한 이야긴데...
그저 단지 이야기일 뿐이데...
아이다!
정말 every story가 love story라는 게 실감난다.
* 박칼린이 <아이다>에 갖는 깊은 트라우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