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4. 08:29

 

<오이디푸스>

 

시 : 2019.01.29. ~ 2019.02.24.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극작, 각색 : 한아름

무대 : 정승호

연출 : 서재형

출연 : 황정민(오이디푸스), 배해선(이오카스테), 박은석(코러스장), 최수형(크레온), 남명렬(코린토스 사자) 외

제작 : (주)샘컴퍼니

 

2013년 LG아트센터에서 본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기억이 선명하다.

작품을 보고 썼던 글의 시작은 이랬다.

"이 대단한 작품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지금도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전율이 느껴진다.

객석이 무대에 있어서 관객을 원형극장에 모인 테베의 시민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놀라웠고

엔딩 장면에서 원래의 넓은 객석이 오이디푸스가 떠나는 길로 형상화되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두 대의 피아노와 나무 의자들,

그리고 배우들의 하얀 의상까지...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

그때 오이디푸스 역을 한 박해수를 보면서 생각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하긴 그 공간에서만큼은 모두 미친 사람들이었다.

배우들도, 스텝들도, 제작진들도 심지어 관객들까지도...

 

다시 돌아오는구나 생각하니 좋았다.

그때 받았던 광기에 가까운 전율을 다시 느낄 생각을 하니 더 좋았다.

그래서 최대한 가까이서 보려고 무려 OP석을 예매했다.

황정민의 전작 <리처드 3세>도 너무 좋았고

출연배우들도 다 좋아서 두루두루 기대감이 컸다.

그랬더랬는데...

실제로 본 작품은 2013년도와 같지만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too much 하다는 느낌.

캐릭터 포스터 보면서도 too much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도, 의상도, 분장도, 연출도, 조명도, 연기도 다 그렇더라.

(제일 too much한 배우는 코러스장 박은석)

대사가 바뀐 것도 아쉬웠고

음향과 코러스의 역할이 확 줄어든 것도 아쉬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너무 많이 아쉬웠던 작품.

아무래도...

2019년의 <오이디푸스>와 2013년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

부은 발, 오이디푸스.

그 이름이 운명을 말해주리라.

오이디푸스를 보라!

저 뒷모습을 본 자라면 명심하라.

누구든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지 말라.

오이디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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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9. 2. 12. 08:58

 

<레드>

 

시 : 2019.01.06. ~ 2019.02.10.

장소 :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정보석 (마크 로스코) / 김도빈, 박정복 (캔)

제작 : (주)신시컴퍼니

 

2011년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초연.

2013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2015년,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2016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그리고 2019년 또 다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그 다섯번의 시즌 공연을 다 봤다.

그 결과 여전히 "마스 로스코=강신일"이라는 공식은 유효하고 강력하다.

이번이 어쩌면 강신일 배우의 마지막 마크 로스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비난 나뿐만이 아니었다.

강신일 스스로도 두 달 동안 이 작품을 못하겠노라 고사했단다.

하면 할수록 감당해야 하는 무게감이 엄청난 작품이고 인물이기에...(이건 내 생각)

강필석 캔을 제외하고는 매번 캔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아주 오랫만에 김도빈 캔이 그 갈증을 해소해줬다.

먀크 로스코로 인해 변화되는 캔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잘 보여줬고

특히 표정과 눈빛이 참 좋았다.

 

이 작품이 2인극이 아닌 1인극이다.

"캔"이라는 가상의 존재는 다름 아닌 "마크 로스코" 자신이다.

현실의 마크 로스코와 예술가로서의 마크 로스코 자아와의 대면과 충돌.
그리고 결말.

극 속에서 씨그램 빌딩 벽화 작업을 취소하는 전화를 건 후

마크 로스코는 캔을 가차없이 해고한다.

화해모드에서 또 다시 격렬해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

해고의 이유를 묻는 캔에게 돼도 않는 이유를 들먹이던 마크 로스코가 결국 진심을 이야기한다.

"네 세상은 제 밖에 있으니까!"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로 후련했던 대사였지만

그 해방감만큼의 고통도 함께 느껴야하는 대사였다.

"너 자신의 삶을 살아!

 사람들을 향해 네 주먹을 휘두르고, 네 주장을 펼치고, 사람들이 널 보게 해야 해!"

그렇게 마크 로스코는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해방시켰다.

그리고 현실 속 로스코는...

스스로 손목을 그어 육체에서 조차도 벗어난다.

그야말로 완벽하고 완전한 침묵의 구현이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Black"의 세계로 가장 강렬하게(Red) 들어가버린 마크 로스코.

이건 환의일까? 비극일까?

 

그는 자신이 선택한 죽음으로 이런 말을 하고싶었던건 아니었을까?

다 이루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9. 2. 11. 14:04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인간의 이중성.

요즘 심리적으로 내 상태는 지킬이 아니라 하이드에 가깝다.

그런 생각이 든다.

지킬이 선(善)이고 하이드가 악(惡)이라는게 정말 맞는건가....하는 생각.

지킬은 고전적인 지식인의 전형이다.

무슨 이유였을까?

지킬이 첫넘버 "I Need to Know"의 가사가 유난히 송곳처럼 가슴에 박혔다.

" ......... 알길 원해,

 왜 인간은 본능 속에 악한 것에 유혹당해.

 끝내 스스로 영혼을 태우는가.

 알아야 해, 그 진실을.

 신이시여. 내 길 이끄소서, 내 눈 밝혀주소서 

 나는 가리라 당신의 뜻과 함께

 가야만 해. 그 숨겨진 빛을 향해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오직 나만이 가야 할 험난한 길

 나는 가리, 알아야 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저지른 오류와 똑같은 오류를 범하는 지킬.

도덕적으로 자신과 다수의 위선가들과는 다르다 그의 확신은

그 자체가 아주 위험한 자만이고 오만이다.

인간은 그냥 인간일 뿐.

악한 것도 인간이고, 선한 것도 인간이다.

정직함으로 따진다면 달의 뒷면인 하이드가 더 진실된다.

왜냐하면 그의 악은 어느정도는 단죄의 의미가 담겨있으니까.

그게 살인의 방법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확실히 드라마틱한 전개는 불가능했겠지만!

요즘은 가끔씩 하이드를 꿈꾼다.

어렸을때 투명인간을 꿈꾸듯 그렇게 하이드를 꿈꾼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정신상태다.

 

조승우는,

이 작품에 관한 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작품과 인물 모두를 자유자재로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

연기자가 왜 연기를 잘해야 하는지를 백과서전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다.

계산됨직한 강약과 악센트는 듣고, 보고, 느끼는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봐도 너무 봤다 싶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때문에 또 다시 리셋이 된다.

지킬보다 다 고집스럽고,

하이드보다 더 무시무시한 배우.

아이비는 이쯤되면 가수보다는 뮤지컬배우라는 해야 맞을것 같다.

게다가 아주 질힌디.

연기도, 노래도 다.

실력만큼이나 역대 최고의 미모를 발산하는 루시 ^^

민경아 엠마는 기복이 좀 있는것 같고

루시와의 듀엣곡 " In HIs Eyes"에서는 소리가 뚫고 나오지 못해 좀 아쉬웠다.

어터슨은 개인적으론 김도형이 더 좋더라.

이희정 어터슨은 살짝 too much 해서...

 

사실 요즘 모든게 심드렁이다.

이것도 한 달 전에 본 걸 지금에서야 쓰는 중이다.

아마도 무미건조한 심드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9. 1. 15. 14:38

 

<Michale K. Lee & Ramin Karimloo Duet Concert>

일시 : 2019.01.05.

장소 :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출연 : 마이클리, 라민 카림루

음악감독 : 한정림

제작 : (주)블루 스테이지 

 

2018년 마지막 본 공연은 "미라클라스"의 콘서트였고

2019년 처음 본 공연은 "마이클리와 라민 카림루" 콘서트였다.

ending과 start를 콘서트로...

벌써 열흘이 지나버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두 뮤지컬 배우의 콘서트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그러고보니 라민의 한국공연은 다 봤다.

첫번째, 두번째 내한 콘서트랑,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에 이번 듀엣 콘서트까지.

늘 느끼는거지만

라민의 참 편하게 노래를 부른다.

100%의 기량이 아닌 80%의 기량으로 부르는데도 관객 입장에서는 100%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반면 마이클리는 120%의 기량으로 무대에 선다.

신기한건 끝날때까지 120%가 유지된다는거.

두 배우 모두 내겐 미스터리다.

이번 콘서트는 단발성이 아닌 앞으로 계속 이어질거란다.

마이클리가 호스트가 돼서 세계적인 배우를 초청해 이런 무대를 계속 만들거라고...

마이클리의 열정과 인맥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고...

 

set list도 참 좋았다.

<레미제라블>, <Phantom of the Opera>, <JCS>, <Lover never dies>

예상했던 넘버들도 두 배우의 목소리로 들으니 새롭더라.

라민 장발장에, 마이클리 자베르.

라민 팬텀에 마이클리 크리스틴.

라민 유다에 마이클리 지저스.

이 조합, 아주 추천한다.

오랫만에 <Rent>의 OST도 듣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손드하임의 넘버로 꾸며진 무대도 정말 좋았다.

마이클리가 피아노를 치면서 불렀던 뮤지컬 <웨이트리스"의 넘버

"She used to be mine"를 들을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리고 라민이 부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넘버도...

마이클리가 롹버전으로 부른 오페라 <투란도트>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살짝 무리수였고.

후반부를 "Queen"의 노래들로 휘몰아친 것도 아주 좋았다.

두 배우 모두 등장할때마다 의상에도 변화를 줬고

무대영상도 뮤지컬 작품을 떠오르게 만들어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선사했다.

사실 이딴거 다 필요없다.

워낙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라 

두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쳤을테니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2. 18. 13:37

 

<Romantica>

 

일시 : 2018.12.18.

장소 : 롯데콘서트홀 

출연 : Miraclass (김주택, 정필립, 박강현, 한태인)

연주 : 코리안쿱오케스트라

지휘자 : 조정연

주최 : (주)아트앤아티스트, (주)라이브임펠트이엔티

 

난 JTBC에서 했던 두 번의 팬텀싱어를 빼놓지 않고 봤을 뿐만 아니라

유투브를 통해 좋아했던 노래는 몇 번씩 듣고 또 들었었다.

팬텀싱어 1은 "포르테 디 콰트로"를,

팬텀싱어 2는 "미라클라스"를 응원했었다.

팬텀싱어 1,2 갈라콘서트도 갔었고,

포르테 디 콰트로 단독콘서트도 갔었다.

다 좋았다.

확실히 음악은 사람이 줄 수 있는 것과 다른 위로와 힘을 준다.

 

팬텀싱어2 준우승팀이었던 "MIraclass"

이 기적같은 네 명의 연주자는 확실히 클라스가 다르다.

그야말로 "Gorgeou"한 팀이다.

이태리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때문에 더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고

그런 이유로 팀을 계속 유지한다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다 싶었다.

그랬는데...

클래스가 다른 기적같은 네 명은 그 난간을 뚫고

"Romantica"란 정규 앨범도 내고

지금 이렇게 전국 콘서트까지 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콘서트는,

매우 아름다웠다.

조정연 지위자가 이끄는 코리안쿱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았고

기타리스트 박윤호의 에쿠스틱 기타도 좋았지만

역시나 가장 빛이 났던건 미라클라스 네 명의 연주자들.

콘서트장에 흔이 있는 커다란 스크린도 없어서

네 명의 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을 귀하게 대하는 엄청난 성량의 소유자 테너 정필립,

음악을 압도하면서 풍부한 소리를 내는 바리톤 김주택,

음악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뮤지컬 배우 박강현,

저음에서 고음까지 깔끔하게 연주하는 베이스 한태인까지.

장말 완벽한 어벤저스의 조합이라 하겠다.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하고 고급진 편곡.

1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소리의 질과 양이 이렇게 엄청나게 좋아졌는지...

김주택이 이태리에 있는 동안은 화상통화를 하면서 연습을 했단다.

시간차가 있어서 돌림노래를 부르는것 같았다고...

그 와중에 김주택은 동생들이 틀린 부분을 귀신같이 찝어냈단다.

애정과 열정, 그리고 돈톡한 믿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모든 과정들이 네 명의 연주자가 이렇게 소리로 증명해낸다.

그래서 다 아름다웠다.

농담처럼 128집까지 내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골저스한 이들의 연주를,

아주아주 오래 듣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정말정말 아릅답웠던 24곡의 연주들.

 

Ser List

 

- 1부

01. La Tua Semplicita

02. On The Way Home

03. Look Inside

04. Notte

05. Ti Voglio Tanto Bene (김주택)

06. If Only (정필립)

07. 마음꽃 (김주택, 정필립)

08. La Liberta

09. Mi Mancherai

10. Nelle Tue Mani

 

- 2부

11. Tornera I'amore

12. 바람이 분다

13. Now I Know

14. I Dreamed A Dream

15. Mid Air (박강현)

16. You've Got A Friend In Me (한태인)

17. Piano Man (박강현, 한태인)

18. Il Mondo

19. Il Canto

20. Just Show Me How To Love You

 

- Encore

21.Who Wants To Live Forever

22. Con Te Partiro

23. Feeling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2. 17. 09:07

 

<풍월주>

 

일시 : 2018.12.04. ~ 2019.02.17.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대본,작사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음악감독 : 이주희

연출, 음악 수퍼바이저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임준혁 (열) / 박정원, 손유동, 정휘 (사담) / 김지현, 문진아 (진성여왕)

        원종환, 조순창 (운장) / 신창주(궁곰), 김연진(진부인), 김혜미(여부인)

제작 : (주)랑

 

2012년 초연때 꽃혀서 봤던 작품이다.

내용은 손발 오그라들고 솔직히 유치하기도 했지만

배우들 연기와 넘버가 너무 좋아서 반복관람했었다.

그런데...

이젠 그만 봐야겠다.

초연의 성두섭 "열"로 봤건만

예전만큼의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도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 탓이겠지.

솔직히 성두섭 배우도,

"열"을 하기에는 확실히 부담스런 연배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봐도 열과 사담이 친구로는 도저히 안보여서...

개인적으론 예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진 것 같아 아쉽다.

무대 활용도 아쉬웠고

음악편곡도 예전 버전이 훨씬 더 정적이라 좋았다.

마음이 들었던건, 조명.

빗살 모양으로 떨어지는 조명 아래 인물들이 서있으면

꼭 마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 같아서...

 

마음의 감옥.

그러고보니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태긴 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2. 14. 08:23

 

<어쩌면 해피엔딩>

 

일시 : 2018.11.13. ~ 2019.02.10.

장소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

작,작사 : 박천휴

작,작곡 : 윌 애런슨 (Will Aronson)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재범, 문태유, 전성우, 신주협 (올리버) / 최수진, 박지연, 강혜인 (클레어)

        성종완, 양승리, 권동 (제임스)

제작 : 대명문화공장

 

어쩌면...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나보다.

사람이 사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서일텐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가끔 아니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AI로 사는 게 오히려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물론 Up-grad나 Power Off에 대한 압박감은 있겠지만

입력된 프로그램을만 제대로 작동하면 내내 평온하지 않을까?

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전성우는

여전히 소년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이 녀석은 언제까지 저렇게 풋풋할까 싶을 정도로.

(벌써 서른이라는데...)

그래서 최수진 클레어가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누나처럼 느껴지는게 흠이라면 흠 ^^

최수진 클레어는 김재범 올리버와 합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사실은...

전미도 클레어가 간절했다.

그녀 특유의 감성과 표정, 눈빛, 모든게 간절했다.

박천휴와 윌 애런슨의 뮤즈 전미도는 알까?

구식 헬퍼봇들이 사는 이 아파트로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걸.

전미도 클레어가 돌아와주면 좋겠다.

올리버보다 내가 당장 죽을 것 같으니까.

나도 좀 해피엔딩 좀 해보자.

어쩌면... 어쩌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2. 13. 08:24

 

<랭보>

 

시 : 2018.10.13. ~ 2019.01.13.

장소 : 대학로 TOM1관

작가 : 윤희경

작곡 : 민찬홍

음악감독 : 신은경

연출 : 성종완

출연 : 박영수, 정동화, 손승원, 윤소호 (랭보) / 에녹, 김종구, 정상윤 (베를렌느) / 이용규, 정휘, 강은일 (들라에)

제작 : 라이브(주), (주)데블케이필름앤씨어터

 

아르튀르 랭보(1854~1891).

여덞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서 스무 살에 절필한 천재 시인.

예전에 대학때 어떤 선배에게 생일 선물로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받았었다.

(예전에는 그랬다. 생일에 시집을 선물하고 그랬다.)

어린 마음에 제목이 주는 압박감이 커서 쉽게 들춰보지 못했었다.

비관주의와 종말론의 끝판을 볼 것 같아서...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제목과는 반대로 아름다운 시와 글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그렇다면 그의 동성연인이었던 폴 베를렌느(1844~1896) 이야기도 빠질 수 없을거고

그의 시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표현되고 스며들지 궁금했다.

(특히 "모음들"이란 시가 나올지 궁금했는데... 세상에나... 나온다.)

랭보는 시인은 "견자(見者)"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뮤지컬 속에선 "견자(見者)"가 "투시자(透視者)"로 표현된다) 

시인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게 아니라

왜곡된 시선으로 투시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약과 술을 비롯해서 온갖 방탕한 생활을 겪어야만 한다고...

스무살에 절필한 시인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상당히 파격적이긴 하다.

랭보는 두 권의 책을 썼는데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은 랭보가 고작 19살에 쓴 책이다.

그 당시 500부를 찍었다는데 대금 미지급으로 인쇄업자가 보관하고 있다가

랭보가 37에 생을 마감하고 2년 뒤 뒤늦게 빛을 보게 된다.

동성연인 베를렌느와 헤어지고 절필을 한 랭보는

(베를렌느는 정말 랭보를 죽이려고 총을 겨눴을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식민지 부대에 용병으로 있다 탈영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무기 장사와 이것 저것 잡다한 무역상을 하기도 했고

막판엔 골수암에 거려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기까지 한다.

(다리를 절단한 진짜 이유가 "매독"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그 당시 많이 그랬으니까...)

시, 산문, 그리고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던 랭보는

확실히 불운한 천재이자 광기의 시인이긴 하다.

어느 시대에 태어났든 순탄하지 못했을 인생이다.

그냥... 다 아프고 가련하다.

랭보도, 베를렌느도.

 

작품은...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다.

무대를 세 부분으로 나눠 시간, 공간의 구분을 자연스럽게 이끈 것도 아주 좋았고

천천히 바뀌는 무대 조명은 빛도, 색감도 그대로 한 편의 시(詩)였다.

랭보와 베를렌느 두 사람의 시도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었고

해설자이자 keyman인 들라에의 존재도 과하지 않고 좋았다.

(개인적으로 해설자가 너무 많이 개입하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들이 너무 좋다.

따로 OST도 발매한다는데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이 있는 넘버들이다.

세 배우의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대사톤이 끝장이었다.

그냥 정상윤이 베를렌느인 것 같고, 윤소호가 랭보인 것 같았다.

감정적으로 울컥한 부분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론 좀 아팠다.

그냥... 뭐 여러가지 것들이 겹쳐져서...

 

랭보가 그랬다.

La vie est aileurs... 라고.

인생은, 여기에 없다.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 덕분에 오랫만에 랭보의 시들을 펼쳤다.

  더불어 베를렌느의 시들도.

 

<모음들>  - 랭보

 

검은 A, 흰 E, 붉은 I, 초록 U, 푸른 O, 모음들

내 며칠 너희들의 숨은 탄생을 말하리라.

아(A), 지독한 악취 주변을 윙윙대며

번쩍이는 파리 떼들 뒤덮인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灣)으(E), 증기와 장막의 순진함,

그이의 얼음 창(槍), 하얀 왕들, 산형화(散形花)의 소름,

이(I), 자주빛, 각혈,

분노 혹은 참회의 취기속 그 아름다운 입가 웃음.

 

위(U), 순환, 초록빛 바다의 신성한 동요,

짐승들 뿌려진 방목장의 평화,

근면한 이마에 새겨진 연금술

 

오(O), 이상하게 째지는 지상 최고의 나팔,

지상과 천상을 꿰뚫는 고요,

오(O), 오메가, 그 눈의 보랏빛 광선!

 

<감각(Sensation)> - 랭보

 

여름날 푸른 석양녁에 나는 오솔길을 걸어가리라

밀이삭에 찔리며 여린 풀 밟으며,

꿈꾸듯 내딛는 발걸음. 나는 산뜻한 풀잎들을 발에 느끼며,

들바람이 나의 맨머리를 씻게 하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맘 속에 솟아오르는 끝없는 사랑

나는 가리라, 멀리 더 멀리 마치 보헤미안처럼

자연 속을 여인과 함께, 행복에 젖어.

 

<가장 높은 탑의 노래> - 랭보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얼마나 참았든가!

내 언제까지나 잊었네

공포와 고통도 하늘 높이 떠나갔고

불쾌한 갈증이

내 혈관을 어둡게 하네.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잊게 되어있고,

더러운 파리떼

기운차게 윙윙거리는데

향과 가라지를

키우고 꽃피우는 들판처럼

 

오라, 오라,

도취할 시간이여.

 

<나의 방랑> - 랭보

 

속이 터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나는 떠났다.

나의 외투는 더할 나위 없이 닳아빠져 어쩜 그렇게도 어울리는지!

창궁 아래를 걸어가네. 뮤즈여, 나는 그대의 충복.

오! 라, 라, 내가 꿈꾸었던 것은 눈부신 사랑이었노라.

 

한 벌 밖에 없는 나의 반바지는 커다란 구명이 나고

어린 몽상가인 나는 길을 따라가며 시를 뿌렸다.

나의 여인숙은 큰곰자리,

하늘의 내 별들은 다정하고 부드럽게 살랑거렸다.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상쾌한 구월의 저녁, 포도주같은

밤이슬 한방울이 이마 위로 떨어진다.

 

환상적인 그림자들의 한가운데서 운을 맞추듯

나는 가슴 가까이에 한쪽 발을 치켜들고

내 닳은 구두의 구두끈을

마치 칠현금을 타듯이 잡아당겼다.

 

<초록> - 베를렌느

 

열매, 꽃 잎, 가지들이 여기 있고.

그리고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고동치는 내 마음이 여기 있고

그대 하얀 두 손으로 찢지는 말아주오.

다만 이 순간 그대 아름다운 두 눈에 부드럽게 담아주오

 

새벽바람 얼굴에 맞으며 달려오느라

온몸이 얼어붙은 이슬방울 채 가시지 않았으니

그대 발치에 지친 몸 누이고

소중한 휴식의 순간에 잠기도록 허락해 주오.

 

그대의 여린 가슴 위에 둥글리도록 해주오.

지난번 입맞춤에 아직도 얼얼한 내 얼굴을,

그리고 이 선한 격정이 가라앉게 그대 달래주오.

그대의 휴식 속에 가만히 잠들 수 있도록.

 

<애수> - 베를렌느

 

장미꽃은 새빨갰었다.

담장의 잎은 시커맸었다.

그리운 이여, 그대가 꼼짝만 하면

나의 절망이 모두 되살아난다.

하늘은 너무나도 푸르고 너무나도 부드럽고

바다는 너무나도 초록이고 공기는 너무나도 달콤하였다.

나는 언제나 두려워한다. 이것이 기다림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무참하게 나를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옻칠을 한 듯한 호랑가시나무 잎에도

번들거리는 회양목 나무에도

끝없는 광야에도

당신 이외의 모든 것에 나는 진력이 났다

 

<감상적인 산책> - 베를렌느

 

석양이 그 최후의 광선을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은 창백한 수련들을 보듬고 있었다.

커다란 수련들은, 갈대 사이에서

조용한 물위에 슬프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홀로, 내 고통을 산책시키면서

연못을 따라 버드나무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그곳에는 희미한 안개가

날개치며 서로 부르는 상오리의 목소리와 함께

울고 절망하는 커다란 유령을 부르고 있었고,

내 고통을 산책시키면서

나는 홀로 버드나무 사이를 걷고 있었다

이윽고 암흑의 짙은 수의가

오더니 익사시켰다

창백한 물결 속에 석양의 마지막 광선을

그리고 갈대 사이의 수련들을,

조용한 물 위의 커다란 수련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2. 12. 08:28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민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지킬 앤 하이드>는,

너무 잘 알아서 재미있기도 하고,

또 너무 잘 알아서 어떤 면에서는 재미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헤드윅> 이후로는 2년 만의 뮤지컬 복귀고,

이 작품으로는 4년 만의 복귀인 조승우.

조승우의 티켓 파워는 이번에도 역시나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드라마와 영화로 숨가쁘게 달려온 조승우의 숨고르기.

뮤지컬이 그에게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도 "무대 배우"라 말할 정도니 조승우를 조승우답게 만드는 곳도 "무대"이긴 하다.

 

일단,

오랫만에 봐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다.

특히나 무대가 완전히 리뉴얼돼 새로운 느낌이었고

의상과 조명톤도 조금 달라졌다.

시대배경을 앞서가는 실험실이 살짝 이질적이지만

리뉴얼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니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

솔직히 이 작품에 관한한 배우의 연기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지킬 앤 하이드"란 공장에서 찍어낸 것 처럼 다들 잘 한다고.

백 번 공감한다.

그렇다고 기계적이란 뜻은 아니고

다들 기본 그 이상을 매번 해준다.

심지어 신예 루시인 "해나"까지도 기본 이상은 하더라.

(톤과 연기가 살짝 부자연스러운건 어쩔 수 없고...) 

이정화 엠마는 강함이 느껴지는 엠마였고

예상과는 다르게 조승우와의 듀엣이 흔들리는 것 같아 놀랐다.

조승우는...

연기로는 말 할 게 없다.

단지 초연부터 봤던 매니아로서 예전만큼의 파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full power로 질러대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 정도가 파워가 깊이가 딱 좋긴하다.

(홍광호 지킬을 망설이는게 그 놈의 Full Power 때문이라서) 

 

아!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의 이용진.

하이드의 말을 빌려,

"다른 사람일거라 생각했나?" 였다.

특히 스파이더는 역대급.

멋졌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0. 30. 08:50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시 : 2018.08.11. ~ 2018.10.28.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제임스 월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대본 : 마샤 노만

작사, 작곡 : 제임스 로버트 브라운

음악감독 : 양주인

연출 : 김태형

출연 : 김선영차지연 (프란체스카) / 박은태, 강타 (로버트) / 황만익정의욱 (버드) / 혁주, 류수화 (마지)

        김민수 (찰리) / 유리아, 정가희 (마리안&키아라) / 김현진 (마이클) / 송영진 (캐롤린)

제작 : (주)쇼노트

 

작품은 전혀 취향이 아니지만,

50% 할인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보게 된 작품.

영화는 못봤었고, 원작은 오래 전에 읽긴 했다.

어릴 때 한 번 읽었고, 좀 나이를 먹어서 다시 한 번 읽고...

시간의 갭이 있어서 좀 다르게 읽힐까 싶었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번 모두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감정에 이입되지 못했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금 나만 불편한가?"

딱 그런 심정.

심지어 뮤지컬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은태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개인적으로 인물과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박은테 로버트는 그 거리를 아주 잘 지켰다.

배우가 배역과의 거리감에 실패하면

배우의 감정이 먼저 치고 들어와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는데

박은태는 자신만의 로버트를 극 속에 잘 녹여냈다.

특히 2막에서 무반주로 시작되는 넘버 "단 한 번의 순간"은 압권이다.

오롯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 넓은 샤롯데를 꽉 채웠다.

역시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야... 라며 인내심을 발휘하는 중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가차없이 나가떨어졌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차지연 프란체스카.

나는 왜 차지연 연기가 여전히 부담스러울까?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알고,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알고,

매번 최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도 다 아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 속 마지막 빗장을 열리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그녀가 거리감에 실패했을까?

아니면 내가 거리감에 실패했을까?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