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28. 07:50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다.

첫공보고 실망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 제대로 홀릭 중이다.

게다가 박은석의 드라큘라는 전혀 out of mind 였었다.

프레스콜 영상을 보면서도 안스러운 마음이 대부분이었다.

언더스터디라지만 류정한과 김준수라는 핵폭탄급 주연들 틈에서 주눅이 들지는 않을지,

예술의 전당이라는 대극장이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을지 걱정됐다.

신인에겐 너무 큰 작품, 너무 큰 배역이구나 싶었다.

그랬는데...

박은석이란 배우,

걱정했던게 민망할 정도로 그 누구의 카피도 아닌 박은석만의 드라큘라를 보여줬다.

물론 아직까지 연기적인 면은 부족하다.

감정처리도, 표정과 액팅도 주저하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배우다.

예전에 세종문회회관 <NDP>에서 페뷔스로 출연했을때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었는데

이 작품으로 두번째 놀라게 만들었다.

(이쯤되면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만은 없겠다.)

프랭크와일드혼이 <NDP>를 본 후에 <드라큘라> 오디션을 제안했다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일반적으로 언더스터디는 주연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출연여부가 급작스럽게 결정되는데

이 작품은 과감하게 언더스터디의 출연회차를 처음부터 보장했다.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가능케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다. 게다가 OD에서...)

그것도 9회라는 적지 않은 회차라서 트리플로 느껴질 정도다.

박은석 본인도 보장된 회차에 대한 책임감이 상당했을텐데

그걸 오히려 플러스의 요인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열심히 담금질을 했나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정말 열심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더라.

그 모습이 참 예쁘고 뭉클했다.

부족한 걸 부족한데로 인정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 칭찬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이미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8월 3일 첫공 이후 매공연마다 박은석에 대한 평가가 빠른 속도로 더 좋아지고 있고

일부러 박은석 회차를 예매하는 관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배우로서 체격조건도 너무 좋아서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있으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노래도 시원시원하고 고음도 막힘이 없다.

약간의 사투리톤과 어눌한 말투가 있긴한데

다행히 이 작품에서는 그게 순수하게 보여져 다른 두 명의 드라큘라와 차별성을 주더라.

딕션도 정확한 편이고, 넘버 표현력도 나쁘지 않았다.

음색은 살짝 김준현과 정상윤을 섞은 듯한 느낌.

"Gresh blood"도 프레스콜때보다 훨씬 좋았고

"The longer I live"도 본인 음색과 잘어울렸고 아주 애잔했다.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감정연기가 좀 미숙했지만

류정한이나 김준수와는 완전히 다르게 표현한 "Life after life"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커튼콜에서의 그 표정.

뿌뜻함과 감사함이 가득 담긴 얼굴은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녀석은...

자신에게 무대가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구나... 진심으로 느껴졌다.

커튼콜에서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 담아둔다면

박은석은 지금보다 월씬 더 괜찮은, 훨씬 더 좋은, 훨씬 더 의미있는 배우가 될것이다.

지켜보는 눈과 귀기울이는 귀가 많아졌다는거.

그게 박은석이라는 배우에게 힘이 되주길,

삼엄한 경고가 되주길 바란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신인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