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3. 08:13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또 다시 <The Devil>이다.

드라큘라 - 더 데빌 - 드라큘라 - 더 데빌

(무슨 랩도 아니고 어쩌다 이렇게까지 와버렸는지...)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28일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갔던거고...

예매한 30일 공연을 취소할까 했는데 수수료도 아깝고

또 송용진 존파우스트에게 제대로 낚여서 이틀만에 또 다시 연강홀을 찾았다.

두번째 관람에서도 느꼈지만

밴드의 사운드가 많이 작아졌고 몇몇 장면도 순화됐다.

사실 개인적으론 사운드도 좀 더 사이키델릭하고 세기말적이길,

장면과 이야기의 흐름도 더 불친절하고 모자이크적이길 바랬었다.

그래서 이지나 연출이 타협땨윈 하지 않기를 내심 바랬는데

아무래도 창작이고 초연이다보니 관객의 입장을 무시할 순 없었나보다.

특히나 그레첸이 죽는 장면이 바뀐건 많이 아쉽다.

원래는 커다란 쇠막대로 자신의 음부를 찌르는 거였는데

쇠막대가 없어지고 그냥 손으로 강타하면서 바닥에 뒹구는 모습으로 순화됐다.

개인적으론 강한 조명 속에서 쇠막대를 들고 서있는 그레첸의 모습이 상당히 제의적으로 보여서 좋았었는데...

(이 장면에서 차지연 그레첸은 정말 여전사 같았다.)

2막 마지막 부분에서 X의 대사 "시간은 지나갔다"도

"피와 살" 이후로 위치시키니 뒷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서 훨씬 매끄럽더라.

첫번째 관람 후 대사가 묻히는 것 같아서 순서가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후반부의 총소리랑 존이 쓰러지는 듯한 소리도 극단적으로 크게 해주면 혹시...안될까???)

 

세 번의 관람 결과,

내 취향의 캐스팅은 마이클리-송용진-차지연이 될 것 같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표현도 딱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X도, 존파우스트, 그레첸을 구분하는건 무의미하다.

X가 존이고 그레첸이듯

존이 X고 그레첸이며, 그레첸이 존이고 X다.

그리고 내가, 그대가, 우리가,

X이고, 존이고, 그레첸이다.

인간은 유혹에 흔들리고, 흔들리다 자리를 찾는다

때로는 찾은 자리가 낯선 곳 일수도 있고, 바로 그 곳일 수도 있다.

유혹의 순간에 피에타상처럼 죽음까지 나를 감싸주는 평온이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믿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The song of songs"의 가사를 듣는 순간 그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팔로 내 머리를 고이고, 오른팔로 나를 안아 편히 쉬게 하라...

(이 넘버를 작사, 작곡한 이지혜에게 경의를 표하며...)

 

<The Devil>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내게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져 답을 찾게 만든다.

아마도 당분간은 정면으로 대응히게 될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갈테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