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mise>
부제 : 6.25 정전 60주년 군 창작 뮤지컬
일시 : 2013.01.08. ~ 2013.01.20.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극본 : 서윤미
작곡 : 최종윤
안무 : 김소희
음악감독 : 최종윤
연출 : 이지나
조명디자인 : 구윤영
무대디자인 : 서정주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지현우, 김무열, 윤학(정윤학). 이특(박정수), 이현
박선우, 정태우, 배승길
주최 : 국방부, 국립극장
내가 군뮤지컬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그리고 공연장에서 군복 입은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도 몰랐다.
더불어 우리나라 6.25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에 왠 젊은 외국 소녀들이 단체로 앉아있나 싶어 놀랐다.
(나중에 알았다. 이게 다 이특 효과라는 걸...)
관람한 이유는 출연진때문이 아니라 스텝들이 너무나 탐이 나서였다.
서윤미 극본에 최종윤 작곡, 그리고 이지나 연출까지...
오호라~~~!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최고의 스텝들을 도대체 국방부에서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건 군인정신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될 일이 도저히 아닐 것 같은데...)
줄거리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없었다.
뭐 대략 군인정신 충만한 사람들이 나와서(개중에 별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등장할테고)
서로 반목하면서 극렬하게 대립하다가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할 것을 비장하게 다짐하는 결말.
정말 딱 군뮤지컬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내용이다.
(그런데 나중에 시놉시스 보고는 더 놀랐다. 너무 엄청나게 장대해서. 아무래도 시놉시스는 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이 뻔한 줄거리를 가지고 어떤 구성과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내느냐는 거다.
거기다가 사건이 한 명에게만 집중되는 영웅주의 작품이여서는절대로 안될테고...
그러기에는 출연진이 이례없이 너무나 빵빵하다.
(왜 우리 오빠 비중이 그것밖에 안되냐며 국방부 홈페이지가 테러당하면 어쩌나 좀 걱정스러워서...)
결론을 말하자면,
뻔한 내용인데 요리를 썩 잘했다.
게다가 은근히 감동적이기도 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넘버도 꽤 많다.
확실히 사회에서 뮤지컬을 많이 했었던 지현우나 김무열이 작품의 전체적인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그래도 1막에서는 대사가 너무 안 들렸다. 배우의 탓은 아니겠지만...)
소대장역 지현우의 액션장면은 꽤 볼만했고
미스터 투의 멤머 선우의 은근한 활약도 튀지 않으면서 감동적이었다.
(선우 목소리 정말 좋다. 특히 노래 부를 때.)
"심장이 없어~~~"로 깨알같은 재미를 줬던 이현은 대사처리가 좀 미숙하고 노래를 너무 R&B스럽게 불러
적쟎게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가장 놀라웠던 배우는 달호역의 윤학과 미스김의 이특.
아무래도 이특은 재대를 하게 되면
뮤지컬 관계자들이 무지하니 탐을 내면서 섭외 전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작품의 연출자이기도 한 이지나 연출부터!
만약 이지나가 <라카지>를 다시 연출하게 된다면 이특은 단연코 자코프로 출연하게 될테다.
(싹수가 아주 제대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미안하다! 몇 명인지도 솔직히 모른다)
특히 이특은 예능프로에서 활약하는 모습으로만 익숙해서 노래를 어느 정도 하는 줄도 전혀 모른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어떤지조차도.
(단지 추론컨데 슈퍼주니어란 네임으로 그가 지금까지 부른 노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싶다.)
이특이 이런 목소리와 감정을 갖고 노래할 수도 있는 아이돌이구나...
일종의 충격이었고 놀라움이었다.
"미스김"이라는 극중 인물을 너무 성실히, 그리고 잘 표현했다.
여성스런 성격묘사도, 감정표현도 좋았고 노래도 극의 흐름과 분위기에 잘 맞춰 불렀다.
달호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이특!
이 녀석 단연코 물건이다!
아니 이런 물건을 왜 뮤지컬 관계자들이 여태 가만 둔 거지?
본인이 고사한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이제 코가 제대로 꿰였다.
재대와 동시에 이특의 뮤지컬 인생은 봇물 터지듯 터질거다. 분명히!
이지나 연출은 이 작품을 자신의 이력을 되짚는 그런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바람의 나라>, <서편제>, <광화문연가>, <라카지> 등 성공한 이지나 연출의 익숙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잘 했다.
일종의 이지나의 오마쥬라고 하겠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내주길!
무대셋트는 살짝 조잡하고 음향은 형편없었지만
(특히 1막에서는 어쩜 그렇게 대사를 쏙쏙 잡아먹던지...)
조명과 안무는 훌륭했다.
특히 2막 마지막 전쟁장면은 마치 모던한 발레를 보는 것 같다.
<바람의 나라> 엔딩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역동적이면서 웅장한 것이 영상 속 전쟁의 참상과 대비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 장면의 음악도 좋다.
음악과 안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라니...
내가 군뮤지컬을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스텝보고 갔다가 의외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류가수 슈퍼주니어의 위력도 몸소 체험하고...
처음엔 무대 좌우로 영어자막이 나오길래 이건 또 뭔가 했는데 객석을 둘러보고 이해했다.
정녕 저 숱한 외국 소녀들은 이특 때문에 이 뮤지컬을 본거란 말인가!
솔직히 지금도 믿어지지 않지만
커튼콜에 이특이 등장했을 때 함성소리를 듣고 납득 제대로 했다.
한류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참 재미있는 건,
이 작품은 커튼콜이 참 매력적이다.
군인의 신분인 김무열, 지현우, 이현, 정윤학(윤학), 박정수(이특), 정태우, 배승길이
한 명씩 나와서 거수경례를 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의미심장할 수 없다.
연예인이 아닌 군인으로 무대 위에 서면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회가 오갔을까!
절도있는 거수경례 끝에 걸려있는 그들의 마음을 읽는 순간
작품의 내용과 상관없이 가슴이 찡~~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활기차고, 가장 벅차오를 건장한 한 때를
이렇게 일시정지시킬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숱한 젊은이들이 우루루 머릿속으로 몰려온다.
숱한 그들의 젊음이
묘하게 짠하고 묘하게 아프다.
"충성!"을 외치는 그들의 손끝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