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일시 : 2014.03.20. ~ 2014.05.11.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원작 : 이청준 <서편제>
대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장은아(송화)/윤시영, 김서현 (어린 송화)
마이클리, 송용진, 지오(동호)/탕준상, 윤우영 (어린 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김윤지(동호모), 문혜원(미니),
심정완 (매니저) 외
내 취향도 아닌 <서편제>를 두번씩이나 봤다.
솔직히 공연 초반에 관람때,
마이클리의 어눌한 한국어 대사때문에 보는 내내 많이 속상했었다.
손에 꼽을만큼 좋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때문에
듣지 않아도 되는 비난을 듣는 것 같아서 맘이 아팠다.
이지나 연출의 지나친 애정과 믿음이 마이클리의 이력에 흠집을 내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관람으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었던건
마이클리 동호의 깊은 감성과 진심이 너무 섬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시 보게 된 <서편제>.
확실히 마이클리는 마이클리더라.
한국어 대사도 북치는 감각도 완전히 달라졌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길래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을까?
물론, 한국어 대사는 아직 어색하다.
그러나 초반에 느꼈던 어눌함은 많이 사라졌다.
진심과 노력을 이기는건,
정말로 없는 모양이다.
마이클리가 부른 동호의 넘버들.
이걸 다 어쩌나...
이 진심을 다 어쩌나...
지금까지 <서편제>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 목록에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었는데
마이클리가 그걸 바꿔놨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한 사람의 감성이, 한 사람의 진심이 한 작품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솔직히... 경외감 비슷한 것까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송화는 이자람이 더 좋았다.
이자람이 안으로 품고 품어서 삭이는 송화였다면
차지연은 마지막 하나까지도 전부 다 쏟어내는 송화더다.
그 모습이 너무 힘겨워서 오히려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창(唱)도 이자람이 훨씬 좋았고
마지막 "심청가"는 여운이 특히나 깊고 오래갔다.
(차지연은 보는 사람을 참 많이 기진맥진하게 만들더라.)
양준모 유봉도 더 깊어졌고 송화 아역 김서현도 윤시영보다 좋았다.
윤시영은 전문 뮤지컬배우가 되버려서 아역다운 풋풋함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잘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작품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호모가 죽는 장면은 머리와 팔만 버둥거리니까 우스꽝스럽고
(이건 지금 뭐하자는시츄에이션? 솔직히 그런 느낌이다)
유봉이 죽는 장면도 흰닭들의 푸닥거림이 떠올라 여전히 민망하다.
오디션 장면과 마약 장면도 과감하게 쳐내면 더 좋을 것 같고...
이렇게 하나하나 지적질이 시작된 걸 보니
<서편제>가 새로운 애정작이 되긴 한 모양이다.
그래, 이번 시즌은 그걸로 만족하자.
*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살다보면 살아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