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영,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한지상 캐스팅을 다시 챙겨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공연 초반에 봤을 때 느낌이 너무 과하고 한지상 특유의 허세 비슷한게 느껴져서 자연적으로 박은태 캐스팅으로만 눈이 갔었다.
개인적으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안으로 품어서 내적으로 소진하는 걸 좋아하는 탓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박은태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요즘 한지상의 작품을 보면 자꾸 입대 전 모습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리스랑 알타보이즈, 그리고 스위니토드의 토비랑, 돈주앙, 어쌔씬까지...
꼽아보니 정말 거의 다 본 듯...
한지상은 알타보이즈때부터 눈에 들어와서 쭉~~~ 챙겨 봤던 녀석이다.
제대 후 <넥스트 투 노멀> 초연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요즘 작품들에선 허세와 과장된 표현들이 자주 목격된다.
(비슷한 캐릭터만 계속 했던 탓도 있겠지만...)
다행히 연극 <레드>에서 어느 정도 복구가 됐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이
한지상에게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되주길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솔직히 류빅터를 다시 본다는 생각으로 충무를 찾은거라 한지상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한지상이 달라졌다.
박은태의 일본공연때문에 계속 무대에 올라 힘을 빠져서인지는 모르지만
초반보다는 전반적으로 절제하는 모습이다.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치쳐있는게 눈에 여실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캐릭터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강하기만 하다는 거... 그거 참 힘든 일이다.)
처음으로, 그리고 드디어 한지상 괴물에게 연민의 감정이 다가가더라.
그런데 2막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부르는 목소리는...
미안하지만 여전히 변태(?)스럽다.
천천히~~~ 라는 대사도.
그래도 첫번째 관람보다 이물감이 덜하긴 했다..
류정한 빅터.
이 인간 정말 "괴물"이다.
빅터의 넘버는 한 곡 한곡이 다 한 편의 작품이라도 해도 무방할만큼 기승전결과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그야말로 끝없는 탈진을 부르는 지옥의 넘버들.
그런데 그런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내내 짱짱하게 무대에 서있더라.
분명히 소진되는모습이 눈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스스로를 다시 꽉꽉 채우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솔직히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자.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때만해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건"빅터"가 아니라 확실히"앙리와 괴물"이었다.
그래서 류정한이 너무 묻히는구나 생각했는데 완전히 역전됐다.
빅터라는 인물,
결코 쉽게 도전하면 안 될 것 같다.
하고 싶다는 바램으로 만들어질 캐릭터가 절대 아니다.
분노와 복수를 밖으로 드러내며 포효하는 괴물은 빅터에 비하면 차라리 평안하다.
무시무시한 캐릭터고 무시무시한 배우다.
섬득한 귀기(鬼氣)
<프랑켄슈타인>의 빅터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의 아우라가 딱 그랬다.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조금이라도 수월(?)한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는데
오늘 캐스팅 발표된 OD의 <드라큘라>에 또 다시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도대체 어쩌려고...
기대와 반가움보다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마치 무대에 한이 맺힌 사람같다.
이 독하고 독한 한풀이는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이번에는 일부러 3층에서 관람했는데
무대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을 읽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확실히 1층에서 올려다보는 무대와 3층에서 내려다보는 무대는
그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르구나...
1막 후반부 "너의 꿈속에서"는
앙리와 빅터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 서로 다른 이유의 공포가 떠다니는게 보여 신기했다.
"단 하나의 미래"도 무대를 크게 보니 훨씬 더 그로테스크하고 웅장하더라.
확실히 잘 만든 장면이다.
넘버도, 무대 활용도, 배우들의 동선도, 조명도 그리도 댄서들의 움직임까지도 모두.
보면서 묘한 전율이 일더라.
(아무래도 이 전율때문에 3층에서 또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참 대단한게
무대도, 배우도, 전체적인 느낌도 쉼없이 계속 진화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까지 합세해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그야말로 창조된 생명체의 진화, 그 끝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되기만 하니...
외면하려는 노력을 번번히 꺾어버리는
아주 매정하고 비정한 작품이다.
정말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