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22. 08:27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 26. ~ 2013.06.08.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관람하고 나오는데 다리가 흔들렸다.

그리고 어깨부터 타고 내려오는 격심한 극육통까지...

난감하고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마이클리는 어쩌자고 나를 이 작품 속에, 그 인물 속에 이렇게까지 깊게 끌어들일까?

몸이 감당해야하는 현실적인 고통때문에 그에게 화가 났다..

빛이, 시선이, 그 마주보는 거리들이 내 손안에 잡힐듯 나므니 선명하다.

이렇게 몸 안에 고통으로 각인시켜버리면 거기서 헤어나오기가 정말 어렵고 힘겨운데...

감당할 수 없는 장면들을 감당해야만 한다는 건,

결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이다.

육화된 구체적인 통증의 깊이는 나를 어디까지 데리고 갈까?

젠장할!

오랫동안 trauma로 남겠구나.

마이클리!

<미스 사이공>에 이어 두번째 펀치를 날린다.

그리고 이번 경우는 정말이지 너무나 결정적인 한방이라 도저히 맥을 못추겠다.

 

윤도현, 김신의 유다에 이어 마지막으로 확인한 한지상 유다.

<스위니토드>때부터 눈여겨봤던 배우였는데

어느틈에 이렇게 확실한 존재감을 주는 배우가 됐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너무나 능숙하고 노련하게 유다를 연기한다.

너무 노련하다보니 1막에서는 유다가 작품 속 인물이 아니라 전지적 관점을 가지는 해설자처럼 보여질 정도다.

아무래도 배우로서의 개인적인 욕심과 의욕이 유다라는 역할속에 너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노래 부르는 것도 지금까지와는 좀 달랐다.

(겹치기 출연했던 <next to normal>과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서편제와 이지나의 영향이었을까? 

"창(唱)"의 뉘앙스가 많이 풍긴다.

그래선지, 아니면 락커들의 유다를 먼저 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1막은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1막 후반부터 2막까지는 그야말로 물오른 그의 연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1막 마지막 장면 가야바 앞에서 머뭇거릴때의 표정과 연기도 너무 좋았고

최후의 만찬은 마이클리와 아주 팽팽한 대립을 보여줘 아주 좋았다.

날카롭고도 묵직한 싸움이었다.

 

마이클리.

그의 <겟세마네>만 보고 나가야한대도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이 한 곡 속에 그는 이 작품의 기승전결 모두를 담아낸다.

이 넘버를 부르는 마이클리는 그 모습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다.

베드로와 요한, 시몬을 부르는 그 간절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덜컹 내려앉는 심장과 함께 폭격처럼 들이닥치는 깊은 외로움과 두려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폭발하는 엄청난 샤우팅과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긴 호흡,

도대체 이 노래를 부르면서 호흡과 티이밍을 어떻게 그렇게 완별하게 컨트롤할 수 있지?

몰아쉬는 숨소리의 기미조차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모든 감정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몸이 폭발하지 않고 여전히 무대에 남아있다는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노래를 끝내고 나면 그 감정들은 또 어떻게 추스를 수가 있는건지!

뭐지?뭐지?뭐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온 몸과 영혼을 거침없이 다 바치는 마이클리의 예수를 보는 건

아름다움 공포고

원시적인 탐욕에 가까운 일방적인 매혹이다.

십자가 장면에서는 배의 호흡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진심으로 그의 생사 여부가 걱정됐었다.

그때의 심정을 일종의 "육체이탈"이라 명명해도 무방하리라.

정말 왜소하고 작은 사람일 뿐인데

이젠 그가 그리스신화의 티탄보다 더 거대한 거인처럼 느껴진다.

 

그런 그가 커튼콜에서는 또다른 감동은 전한다.

그의 표정 속에는

작품에 대한,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그리고 환호를 보내고 있는 관객에 대한 깊은 감사와 감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순수하고 맑은 소년을 보고 있는 느낌!

이 작품은 배우로서 그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체 막공이라는 나의 다짐은 아무래도 지켜지지 못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때로는 예외가 필요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마이클리의 <JCS>가 바로 그 예외의 순간이다.

 

빛과 시선이 시선이 주는 여백.

그리고 마이클리.

<JCS>가 내게 남긴 강렬한 화두를

나는 한 번 더 감당키로 결심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