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故) 이은주 9주기였다.
내가 정말 좋아했고 그래서 지금도 문득문득 아프게 그리워지는 배우 이은주.
천진함 속엔 어쩌지 못하는 슬픔과 고됨이 느껴졌던 그녀의 눈빛을 나는 아주 선명히 기억한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드라마 <불새>
아마 처음이었던것 같다.
내가 드라마라는걸 챙겨봤던 게.
이서진과 이은주가 출연했던 MBC 드라마 <불새>
2004년에 이 드라마 보면서 참 많이 아팠고 슬펐고 간절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우는 짓도 처음 해봤다.
어쩌면 나는 그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연"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그래도 만나질거라고.
그런데 이젠 알게 된 것 같다.
인연이라는 거,
만나지는 인연도 있지만
만나지지 않는 인연도 있다는 걸.
그렇구나...
나도 지금 벌 받고 있는거구나...
요즘 이 드라마가 참 많이 생각난다.
그리고 OST였던 이승철의 "인연"도 귀에 달고 산다.
언제 들어도 참 아프고 아픈 노래.
"너 그때 도대체 왜 그랬니?" 내게 묻는것 같다.
대답하지 않으려면, 대답할 수 없다면 안 들으면 그만인데 그 외면도 어렵다.
어쩌면 스스로 상처를 헤집고 있는 건지도...
이 드라마에서 "지은"을 연기했던 이은주의 극 중 대사가 아직도 선명하다.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된다고...
이 대사를 마지막 순간에 한번만 떠올렸더라면
그녀는 지금 여전히 모니터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을까?
그랬다면 나도 혹시 달라졌을까?
정직하지 못한 사랑은 헛점을 흘린단다.
그렇다면 정직한 사랑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타인과 자신의 불행을 담보로 하는 사랑이라도
자신에게 정직했다면 그게 용서가 될까?
다 늦은 질문을 혼자 하고 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듯이
너무 아픈 인연도 인연이 아닐수 있다.
phoenix.
모든걸 다 훨훨 불태우고 멀리 날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불새처럼.
오늘 유난히 지은이었던 그녀, 이은주가 많이 그립다.
지은으로 살면서 그녀는 참 많이 아프고 힘들었겠다.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는 그녀가...
너무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