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10. 16. 07:53

몇 년 전 제법 큰 수술을 하신 아빠는

몸이 회복되시고 두 가지 일을 시작하셨다.

대금 강습과 시작법(詩作法) 강습.

시작법을 배우면서부터는 시집을 한 권 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별로 살갑지 못한 딸은

그러시라며 말만 하고 잊고 있었는데

어제 늦게 집에 들어가니 거실 탁자에 책이 몇 권 놓여있더라.

책표지에 있는 아빠 이름을 보는 순간.

죄스런 마음이...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아빠는 꿈을 이루기위해 이렇게 애쓰셨구나.

 

고백하자면,

이 시집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심하게 혹은 평상시처럼 책장을 넘길 자신이...

지금은 솔직히 없다.

아무래도 잠시 내 맘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얼마큼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이 무게를 감당할 용기가 생기면 

아주 찬찬히, 그림을 읽듯 한 줄 한 줄을 읽어내리라.

 

책장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가슴 끝이...

너무 많이 묵직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