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건 아니었지만 오랫만에 월요일의 휴가였다.
이상했다.
월요일 아침인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실감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게다가 습관이라는건 참 무서워서
매일 일어나는 시간이 되니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은퇴를 하거나 혹은 갑자기 일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서.
막막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멍하게 앉아있을 무료함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울지를...
17년차의 직장생활이 다행이고 행운이라는 생각.
가슴끝이 뻐근했다.
오후 5시.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렸다.
한강철교를 막 지나려는데 하늘빛이 나를 멈춰 세운다.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그대로 벤치에 앉아 한참을 지켜봤다.
계획된 것처럼 지나온 시간들이 하늘빛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사교적인 사람도, 다정한 사람도 아니고, 변죽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조직생활하기에 힘는 축에 속한다.
그래서 이쪽 공부를 하기 전에 다녔던 직장은 거의 매일 울면서 다녔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마치 독방으로 끌려가는것 같아 미칠 것 같았고
급기야 밥을 넘기는 단순한 저작기능까지 무너져 수시로 탈이 났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불편한걸 드러내는게 싫어서 밥을 굶기가 일수였고
복도에서도, 식당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사람들 얼굴 보는게 힘겨워
매번 자료찾는다는 핑게로 서고에 틀어박히기 일수였다.
그 상태로 계속 다녔다면 아마도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대기업 홍보실에 사표를 내고 다시 대학을 가겠노라 부모님께 폭탄선언을 한건
그러니까 호기도, 자신감도, 객기도 아니었다.
단순하지만 아주 절박하고 절실한 이유였다.
그냥 좀 살아있고 싶어서!
지금의 일이 애뜻한건 아마도 이런 절박함이 베이스에 깔려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속적인 인관관계에 취약한 나로서는
지금 하는 일이 다수를 상대하는 일이 아니니 정말 천운이다.
그랬었다. 나란 사람이!
물론 지금도 사교적인 인간은 여전히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기본적인 관계유지는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그렇게 나란 사람의 인생 절반이 지나갔다.
단 한 번도 수월해 본 적 없고,
흔적도 없이 깨끗하 도려내고 싶은 순간들도 있지만
그것 역시 내 일부다.
더 넓은 인간관계를 꿈꿔본 적 없다.
오히려 남은 반은 지금보다 더 단촐하길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