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5.11.07. ~ 2016.01.31.
장소 : 신연아트홀
원작 :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번역, 연출 : 문삼화
무대 : 황수연
출연 : 송용진, 정문성, 김선호 (발렌틴) / 이명행, 최대훈, 김호영 (몰리나)
제작 : (주)악어컴퍼니, (주)극단 단비
2011년에 이 연극이 처음 올라왔을때
연출도 배우진도 나쁘지 않았고 또 개인적으로 2인극을 너무 좋아해서
개막하면 소위 말하는 회전문을 돌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이 올려졌을땐 딱 두 번을 봤다.
(최재웅-정성화, 김승대-박은태)
초반과 중반부는 정말 좋았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의 정사장면이 이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차라리 과감하게 파격적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두 번을 봐도 그 장면이 코믹하게만 느껴졌다.
이 작품이 다시 올려진다는 소식과 함께 출연진이 공개됐을때 고민했었다.
이들 중 이명행, 송용진 페어를 먼저 확인하게는 되겠지만
혹시나 이명행에게서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가 또 소환되는건 아닐지 지레 걱정스러웠다.
그랬더랬는데...
이 연극,
첫공부터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렇게 강렬하게 자리잡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문삼화 번역과 연출은 2011년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정확했다.
그리고 이명행, 송용진 두 배우의 연기는 .., 와~~ 진심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연극과 영화, 원작 소설까지 다 봤지만 단연코 이번 시즌 거미여인이 최고다.
심지어 조명까지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한다.
첫공이었음에도 마치 오랫동안 장기공연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착각.
2시간 내내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이야기속에 빠져들었고
암전되는 짧은 시간조차도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뭐가 됐든 사랑이고, 뭐가 됐든 진심이다.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아프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나....
울컬울컥 울음을 참아내는게 힘들었다.
보면서도 여러번 가슴을 쓸어내려야했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손발이 저릿저릿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보고 난 후엔 오래된 몸살처럼 내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작품.
<푸르른 날에>가 그랬고, <프라이드>가 그랬고
그리고 지금 이 작품이 그렇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멀리해야만 할 것 같다..
나이, 성별 그리고 다른 어떤 것들 다 떠나서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믿는다는게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건 사랑일까?
그 대답이 지금까지도 나를 아프게 한다.
몰리나! 대답해줘!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이지혜 작곡가의 말대로 출중한 연기력을 지닌 초스타 배우는 없지만
구멍이라고 할 배우도 없어서 내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김태한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유제윤 진기한과 김솔 김다혜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더 데빌>에서 코러스였던 김다혜의 성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젊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무한동력" 그 자체였고
서로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짝 워크샾 공연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