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책>
일시 : 2014.08.29. ~ 2014.09.21.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원작 : 유선동
연출 : 변정주
일러스트 : 정순원
출연 : 김준원, 전병욱 (서동윤) / 강기둥, 정순원 (조영락)
제작 : 문화이이콘
내가 좋아하는 변정주 연출과 그의 뮤즈(?) 김준원의 출연만으로 must see 목록에 속했던 연극 <도둑맞은 책>
김수로 프로젝트의 <데드트랩>과 비슷한 모티브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연출가와 배우의 힘을 믿었고 유선동 원작의 힘도 믿었다.
개인적으로 2인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데
두 인물의 팽팽한 심리전을 보는 것도, 피할길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정말 너무너무 좋다.
원래 이 작품의 원작 시나리오에는 주요인물이 여섯명이나 되고
보조작가로 나오는 조영락도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실제 연극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조영락이다.
(심지어 멀티맨 역할까지 한다.)
프리뷰를 보고 난 느낌은...
변정주의 연출도, 김준원의 연기도 역시나 좋았다.
단지 조영락을 연기하는 강기둥 배우가 김준원을 상대하기엔 많이 약했다는거 좀 문제였다.
목소리 자체도 집중이 어려운 톤이었고
잠깐이지만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부족하고 밍밍했다.
특히나 초반에는 표정에 자신감도 없고 뭔가 약간씩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극을 보는 내내 조영락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밋밋하면 안될텐데... 걱정스러울만큼!
커피에 약을 타는 것도 초반부터 너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결말 역시도 충분히 예상이 됐다.
팽팽해야할 긴장감의 한 축이 무너져내리는 느낌!
그래도 서동윤 작가 역을 맡은 김준원의 연기는 역시나 좋더라.
목소리톤과 제스처도 좋았고,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장면도 시간이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연기도, 호흡도 달랐다.
특히 독백 장면들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예 이 작품을 서동윤 한 사람만 등장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작가를 강금한 보조작가는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단지 목소리만 들리는거다.
실체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상대와의 심리전.
흥미진진하고 더 긴장감 있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도 혼자만의 생각!)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에 조영락으로 더블캐스팅된 정순원 배우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란다.
연극에, 뮤지컬에, 일러스트에...
정말 샘나는 재능이다.
나도 한때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 꽤나 들던 사람인데...
그런데 지금은 그 재능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증발했다.
그야말로 "도둑맞은 재능"이 되버린거다.
"도둑맞은" 것들의 최후는 늘 그런 모양이다.
어이없는 한풀이이긴한데
연극 <도둑맞은 책>을 보다가 "도둑맞은 재능"이 서러워
혼자 구시렁구시렁대는 중이다.
이걸 비극이라고 말해야 할까?
희극이라 말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