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일시 : 2015.05.03. ~ 2015.05.3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정보석, 한명구 (Mark Rothko) / 박은석, 박정복 (Ken)
주최 : 신시컴퍼니
연극 <레드> 두번째 관람.
그리고 결정했다.
이 두 번의 관람으로 이번 시즌 <레드>는 끝내자고.
이 강렬하고 아름다운 텍스트를 아직은 초,재연의 기억으로 간직하자고.
그래도 이번 시즌도 첫 관람보다는 두번째 관람이 훨씬 좋았다.
한명구 배우가 그답지 않게 대사를 여러 차례 씹는 걸 제외하면... ^^
원형(原形)이라는게 있다.
아마도 강신일 로스코, 강필석 켄이 내겐 <레드>의 원형이 되버린 모양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의미있게 생각하는 대사는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로스코의 질문이다.
"뭐가 보이지?"
똑 같은 단어의 조합이지만 처음과 마지막 질문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르다.
켄이 작업실에 처음 온 날의 "뭐가 보이지?"는
정해진 이미지, 강요된 대답이 이미 존재했다.
즉, 켄의 시선이 아닌 로스코의 시선에 지배당한 질문이었다.
넌 내가 정해좋은 이걸 봐야만 해!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켄에게 자신만의 세상을 위해 떠나라며 던지는 "붜가 보이지?"에는
켄의 시선이, 켄의 의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네가 보는 그것을 찾아 넌 지금 떠나야만 해!
어쩌면 그건 로스코가 로스코에게 보내는 경고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두 자아의 치열한 싸움,
이 작품이 보여주고 싶었던게 그게 아닐까?
켄은 로스코의 과거이기도 하고,
로스코의 현재이기도 하고,
로스코의 미래이기도 하다.
로스코이기도 하고, 로스코가 아니기도 하고, 로스코 그 너머이기도 한 존재.
작품의 크라이막스는 그래서 로스코가 아닌 "켄"이다.
아무래도 조만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게 될 것 같다.
마크 로스코, 그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그의 레드를 직접 두 눈으로 마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