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
일시 : 2012.02.11 ~ 2012.05.28.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 정웅인, 류덕환, 조복래 (장덕배) / 예지원, 이채영, 심영은 (유화이) / 김병옥, 홍승균 (멀티맨)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장진이 만든 코믹 소란극 <서툰 사람들>
<장진 희곡집>을 읽어서 그랬겠지만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상황과 이야기 전개, 인물의 성격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희곡으로만 읽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정웅인, 예진원 캐스팅이라니.
두 코믹의 대가가 무대 위에서 서로 지지 않고 맞부딛칠 걸 상상하니 어찌 아니 즐거울소냐!
그런데 잠깐!
이 작품의 주인공의 나이를 생각하곤 설마... 하는 걱정이 앞섰다.
26살 도둑 장덕배와 26살 집주인 유화이.
배우들 나이도 나이인만큼 아마도 주인공들의 나이를 30대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혼자 예상했는데
여지없이 내 예상이 무너뜨렸다.
하기 30대라면 이런 대화가 오고가기는 좀 어렵겠지 싶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연극 초반부 유화이(예지원)이 자신의 집이 너무 높다며 "내 다리~~~~"를 울부짖을 때
난 유화이 어머님이 따님 집에 방문하신 줄 알았다.
어! 극본엔 안 나오는 어머님이 이번엔 나오시나보다... 혼자 생각했다.
한참 뒤에야 어머님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유화이인 것을 알고 혼자 무지 식겁하고 말았다.
확실히 예진원을 26살로 설정한 건 무리수가 많이 따른다.
어려보이려고 머리도 컷트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사진 속 모습이 훨씬 어려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혼자 무리수가 아니라 정웅인도 역시도 무리수라 그런 면에서 궁합은 잘 맞는다.
연극은 기대만큼 재미있었다.
끝나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그러더라.
"광대뼈 터지는 줄 알았어!" 라고.
아마도 두 배우의 역량이 그만큼 크게 작용했으리라.
(개인적으론 극본이 더 재미있었지만)
두 주인공이 나이가 있어서인지
김추락, 서팔호, 유달수 역을 한 홍승균이 상대적으로 어려보여 나름대로 코믹했다.
유화이역의 예지원은 목이 괜찮은지 모르겟다.
매번 소리를 지르면서 그렇게 과하게 울부짖으면(?) 그 성대가 남아날까?
목소리톤 자체는 예전 <미드썸머>때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냥 자신의 목소리 그대로 유화이를 연기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일부러 설정을 그렇게 했는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그게 좀 아쉽다.
(계속 듣고 있자니 귀가 점점 피로해져서...)
정웅인 장덕배는 연기도 성실하고(?) 애드립도 시기적절하게 잘해서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았다.
특히 다리 찢기~~~ 완전 예술이시다.
마흔이 넘은 연세에 일자로 다리를 찢는다는게 가당키나 하는냐 말이다.
보기에도 별로 유연해보이는 몸매도 아니신데...
(정말 오랫만에 진기명기 목격했다. ^^)
원작과 다르게 두 주인공이 점점 남녀관계로 다가가는게 부각이 되는 건 아쉽다.
원작은 끝까지 친구인데,
연극은 곧 불꽃이 튈 분위기다.
이 상태라면 <서툰 사람들> 2탄격인 <서툰 연인들>이 탄생해도 무방하겠다.
설마? 혹시? 아니겠지...
뭐 생각해보니 장진이 그런 희곡 한 편 써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유화이, 장덕배.
장진의 영원한 뮤즈들~~~
(좀 이상한가!)
* 사족 한 마디!
류덕환 장덕배와 예지원 유화이 페어는 솔직히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두 배우의 어마어마한 나이 차이가 과연 연기력으로 온전히 커버될 수 있을까?
띠동갑을 넘어 16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게 뭐 또 다른 웃음코드로 작용할 수 있긴 하지만 어쨌든 두 배우의 동갑 연기는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