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eady Rain>
일시 : 2013.12.21. ~ 2014.01.29.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키스 허프 (Keith Huff)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문종원 (대니) / 이명행, 지현준 (조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스테디 레인>
기본적으로 김광보 연출의 힘도 믿었고,
이석준과 이명행 배우의 힘도 믿었지만
이 정도까지 강렬한 작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규모(?)를 떠나서 이 작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솔직히 매혹, 그 이상이다.
2시간 동안 어두운 무대 위에서 대니와 조이가 쏟아내는 진술에 가까운 대사들을 듣고 보면서 온 몸의 숨톤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석준과 이명행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당하면서 매번 저 무대 위에 서있는걸까?
정말이지 이석준, 이명행 두 배우가 보여주는 신의 한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두 배우의 놀라운 타이밍과 명확한 템포는 정말이지 황홀하다못해 일종의 성찬이었다.
솔직히 경건함마저 느껴지더라.
욕설과 과격한 행동이 난무하는 이 작품에 "경건함"까지 운운하다니...
그런데 어쩌랴! 이게 전부 다 진실인걸!
대니와 조이의 그 엄청난 분량의 대사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버겁고 힘들더라.
말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은근히 허물어져버리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건은
개인적으로 "흐름"인것 같다.
대니와 조이의 관계에 대한 흐름.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되는 그 흐름,
그리고 두 사람의 지금 겪고 당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에 대한 흐름.
"도대체 상식이라는게 뭐냐?"는 대니의 비야냥같은 질문은
사실 아주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다.
처음에 나는 대니와 조이가 한 인물인 줄 알았다.
거의 극의 중반까지도 한 인물의 내면에 있는 두 자아의 싸움이라고 의심없이 믿었었다.
내 안의 적과 적 안의 내가 지금 함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자아의 교체와 합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니가 되버린 조이,
조이가 되버린 대니,
changing position!
완벽한 서스펜스에 다시 없을 공포의 최고치였다.
동일화, 내면의 자아...
대니를 연기한 배우 이석준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싶었다.
...... 마지막에 남은 놈은 조이죠. 연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조이는 치사한 인간이다’고. 조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치했던 놈입니다. 조이는 자신의 일부였던 대니가 날라가자, 일부를 버리고 일부가 갖고 있던 전부를 취한 거죠. 남은 사람이 나머지를 갖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죠 ......
<스테디 레인>
이제 고작 2회 공연만 남았다는 게 미치게 아쉽다.
두어번은 더 봤어야 했는데...
"피곤하신 날 극장에 오면 주무시거나 딴짓 할 수 잇으니 정신 멀쩡할 때 오세요" 라고.
이석준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는데 이 말은 완전히 틀렸다.
도무지 딴짓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감을 틈을 주지 않는다.
단언컨데 이 작품 놓친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다.
한 번만 본 나도 이렇게 후회가 되는데...
* 배우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되려는 모양이다.
<M. Butterfly> 르네 갈리마르네 이석준과 이승주가 출현한단다.
두 배우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어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