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렉트라>
일시 : 2018.04.26. ~ 2018.05.05.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소포클레스 <엘렉트라>
각색 : 고연옥
연출 : 한태숙
출연 : 장영남(엘렉트라), 서이숙(클리탐네스트라), 박완규(아이기스토스), 백성철(오레스테스),
박수진(크리소테미스) / 예수정,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류용수, 김언중 (코러스)
제작 : LG아트센터
딸을 향한 끔찍한 저주의 말로 시작되는 연극의 임펙트는
생각보다 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저주의 말을 내뺏는 클리탐네스트라 서이숙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그 발성과 그 톤과, 그 감정이라니...
무대를 집어삼킨다는 표현도 오히려 부족하다.
그 첫장면에서 직감했다.
이 작품은 <엘렉트라>가 아니라 <클리탐네스트라>라는걸.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서이숙 밖에 안보였다.
7년 만에 연극에 복귀한 장영남은 존재는 가차없이 잊혀졌다.
실제로 내가 느낀 장영남은 의욕도 대단하고 열심히 하는 것도 분명했는데
어딘지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초반엔 딕션도 부정확했고 발성도 불안해서
저러다간 목이 다 나갈텐데 혼자 조마조마했다.
여라가지로 기대햇던 작품이었다.
고연옥 각색도 기대했고,
한태숙 연출도 기대했고,
서이숙, 장영남 뿐만 아니라 "코러스"로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까지도 다 기대가 됐다.
그런데...
나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엘렉트라를 기대했던건 아니다.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느낌이 아닐까 막연히 상상했는데
아니라서 많이 당황했다.
고대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코러스까지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기대치였다고 해두자.)
자신이 낳은 딸을 죽음으로 몰어넣은 아가멤논에 대한 아내의 복수도,
그런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향한 딸의 복수도,
지금의 이야기 속에선 너무 막연하고 허술하다.
목적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은 느낌.
엑렉트라와 클리탐네스트라의 치열한 2인극이었다면 어땠을까 혼자 생각도 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서이숙의 카리스마 하나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남았다.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