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NOV>
일시 : 2014.07.10. ~ 2014.07.20.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극본 : 안톤 체흡
번역, 연출 : 강태식
출연 : 남성진(이바노프), 권성덕 (샤벨스키), 장보규(레베제프)
이주실(아브도찌야), 전국향(지나이다), 손종학(보르낀)
배해선 (바바끼나), 김태한(리보프). 김홍택(꼬스이)
서숙영, 문지영(안나) / 박그리나, 김수현(쌰사) 외
제작 : 극단 체
안톤 체흡 서거 110주년 기념 헌정 공연 <이바노프>
예상대로 안톤 체흡의 작품은 어럽다.
그리고 아주 적나라하고 솔직하다.
너무 솔직하다보니 때론 몰염치의 끝을 보는 느낌이다.
무기력한 치열함으로 따지자면 정말이지 안톤 체흡을 따라올 작가는 없다.
"난 더 이상 산다는 것이 지친다..."
잉여인간의 고백은 그의 최종 선택만큼이나 처절하고 무책임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가엾지도 안스럽지도 않다.
폐경기 여성의 막을 길 없는 벽덕을 떠오르게 해 오히려 화가 났다.
이 작품.
그 당시 러시아의 시대 상황을 안다면 도움은 되겠지만
이해하는데 난해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햄릿>이후 5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남성진의 연기는 예상보다 훨씬 좋았고
(솔직히 손발 오그라드는 연기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너무 잘하더라)
권성덕, 장보규, 이주실, 손종학 등 중견 연기자의 탄탄한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들의 발성 자체는 확실히 다르더라.
매형과 한 무대에 선 김태한도 참 잘했다.
안나 서숙영과 싸사 박그리나가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두 여배우의 발성은 솔직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박그리나 쌰사는 더.
(너무 듣기가 싫어서 고성에서는 귀를 막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이바노프 역의 남성진은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배우들 연기 외에 암울한 조명도 참 좋았고
특히 음악과 음향효과의 섬세함에 많이 놀랐다.
무대셋트는 살짝 빈약했지만 깊이감 있게 사용한 건 인상적이었고
음악과 음향이 작품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더라.
평이 살짝 안 좋아 걱정했는데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안톤 체흡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건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일종의 로망이다.
햄릿보다 더 찌질하고 무책임한 이바노프의 선택.
그건 도피였을까? 탈출이었을까?
나는 그걸 "완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때론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도 있다.
그걸 비난한 자격...
적어도 내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