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일시 : 2015.07.10.~ 2015.07.26.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극작 : 브리오니 래버리(Byrony Lavery)
번역 : 차영화, 우현주
윤색 : 고연옥
무대 : 정승호
연출 : 김광보
출연 : 박호산, 이석준 (랄프) / 우현주(낸시), 정수영(아그네샤)
제작 : 극단 맨씨어터
박호산 캐스팅으로 보고 이석준도 궁금했었는데
다행히 공연장을 바꿔 연장공연에 들어가서 이석준 랄프까지 챙겨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랄프 다 너무 좋았는데
개인적으론 박호산보다는 이석준쪽에 훨씬 집중이 잘됐다.
그런데 두 랄프가 달라도 정말 너~~~~무 달라서...
박호산은 어릴적 폭력의 트라우마가 깊게 자리잡은,
그래서 마음 속에 자라지 않은 아이를 품고 있고 그 아이에 때때로 지배당하는 랄프고
이석준 랄프는 이유불문의 확실한 사이코패스다.
다중인격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
게다가 박호산 랄프의 자살은 다분히 충동적으로 다가왔고
이석준 랄프의 자살은 아주 계획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선지 죽기 전 이석준 랄프가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으로 보이더라.
좀 어이없는 말인데,
이 작품을 두번째 보고야 알았다.
내가 첫관람때 놓쳤던 부분들이 꽤 많았다는걸.
심지어 각 장이 시작될 때 전명 상단에 나오는 글자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더라.
(도대체 눈을 감고 봤던 거니???)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세배우들에게 오롯이 몰입하느라
그 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잔혹하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다 알았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프로즌"인지를...
* Forozen
① 얼어붙은
② 냉담한, 차가운
③ 고정된, 불변의
④ 경직된
⑤ 얼어붙은, 꼼짝 못하는
⑥ 멈춘
나는 이 작품은 용서가 아닌 복수의 이야기로 기억하려 한다.
랄프도, 낸시도, 아그네샤도 크든 작든 모두 복수를 꿈꿨고
결국 복수에 성공함으로서 멈춰있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난다.
혹시 누군가 죽는게 벗어나는 거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련다.
"확실히!"
랄프에게 낸시의 용서는 칼이 됐다.
그 칼날이 랄프를 몸짝달짝 못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그의 육체를 난도질했다.
만약, 랄프가 죽지 않았다면
낸시는 그의 장례식에서 그렇게 평온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친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하느냐는 아그네샤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말하지 말라고, 그냥 고통을 견디라고...
그런 생각도 들더라.
이것 역시도 랄프의 면회를 끝까지 막으려고 한 아그네샤를 향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하고...
(내 사고가... 너무 멀리 가버리긴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면
참혹함은 참혹함만이 상대할 수 있다.
거기에 어떤 옷을 입힐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이다.
낸시도, 랄프도, 아그네샤도 예외는 없다.
그저 한 편의 연극이었을 뿐인데
꼭 인류의 빙하기를 건너온 느낌이다.
기분 참 묘하게 얼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