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8. 17. 07:53

 

<햄릿 - 더 플레이>

 

일시 : 2016.08.02. ~ 2016.10.16.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원작 : 세익스피어 <햄릿>

극작 : 지이선

작,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강우, 김동원 (햄릿) / 이갑선, 김대령 (클로디어스)/ 이진희, 서태영 (오필리어&거트루드)

        탕준상, 정재윤 (어린 햄릿), 최진석 (플로니어스&무덤지기), 김지휘 (레어티즈&길덴스턴)

        이현철 (요릭&호레이쇼), 송광일

제작 : (주)연극열전, 극단 시인과 무사

 

결론부터 말하자!

연기자 김강우의 햄릿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TV와 영화에서고

오랫만에 서는 무대 연기가 낯설지 않을까 걱정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15년만의 작품이라는게 무색할만큼 날 것 그대로의 열정이 느껴졌다.

발성, 성량, 호흡, 타이밍, 완급조절, 표정, 감정 표현 뭐 하나 이질적인 것이 없더라.

그냥 "햄릿"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까지 본 햄릿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고 가장 햄릿스러웠다.

김강우란 배우,

다른 연극 작품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작품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의상과 무대는 현대적인데(더 정확히 말하면 어느 시대인지 모르는데)

햄릿의 대사는 현대화하지 않고 고전적인 대사 그대로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게 관객 입장에서 무대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한없이 심각한 상황만 연출되는 긴장의 연속은 아니다.

주변 인물이 만들어내는 장면과, 어린 햄릿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일시에 확 풀어진다.

긴장과 이완, 긴장과 이완의 반복.

그 밀고 땡기는 연출의 묘미가 참 신선했다.

그리고 햄릿과 클로디어스를 제외하고 한 명의 배우가 두 가지 역을 함께 연기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 설정이 나는 The other side of the moon 같았다

 

연극 속 문장들에 내 심장이 자주 반응했다.

...... 광대는 삶의 고통으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사람

...... 거짓이라는 미끼로 진실이라는 잉어를 낚는게 연극

...... 속고 속이는게 아니라 믿고 믿는 것

...... 연극은 거짓이지만 무대 위에선 진실이다.

...... 증거가 없다면 난 확신이라도 얻어야겠다.

...... 미치지 않았다면 불행한거고.

...... 지금 오지 않는다면 다음에 올 것이 분명하고, 다음에 오지 않는다면 지금 올 것이 분명하다

...... 남은건 침묵 뿐.

...... 대사는 외우는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

...... 각오만 있으면 돼.

...... 난 그저 배우일 뿐

덕분에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햄릿의 명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까지.

 

끔찍한 희극이고, 웃지 못할 비극이다.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으로 참아내는 것이 더 고귀한가?
아니면 고뇌의 바다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고
맞싸워 없애버리는 것이 더 고귀한가?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오직 그뿐.
육체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비탄과
천만 가지 괴로움을 잠으로써 끝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열렬히 희구할 종말이 아닌가!
죽는 것은 자는 것.
잠들면 어쩌면 꿈을 꾸겠지?
그렇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이 지루한 인생의 고난을 벗어 던진 후
그 죽음의 잠 속에 무슨 꿈이 생길지,
그래서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오래 살아야 한다는 불행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의 채찍과 멸시, 권력자의 횡포,
교만한 자의 작태, 무시당한 사랑의 아픔,
법의 지체된 원조, 관리의 건방진 꼴,
참을성 있는 착한 이가 못난 놈에게 받는 수모...
누가 이 따위들을 참겠는가?
만일 단도 하나만으로 스스로
자신을 잠재울 수 있다면,
누가 짐을 지고 피곤한 인생으로 인해
끙끙대며 땀 흘리겠는가?

죽음 후에 있을 그 무엇에 대한 두려움,
아무 길손도 되돌아오지 못하는
그 미지의 나라가 의지를 흔들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불행을 재촉하느니
차라리 주어진 불행을 참으라 하지 않는다면...

이리하여 깊은 사색은
우리를 모두 겁쟁이로 만들고
그래서 결단의 자연스런 색조가
사색의 창백한 색깔에 덮여 빛을 잃고
의기충천하던 굉장한 계획도
이것 때문에 그 힘찬 물결이 꺽이고
행동이라는 이름을 잃는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