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탕>
부제 : 장진의 풍자 심리극
일시 : 2012.06.15. ~02.12.09.02.
장소 : 도숭아트센터 소극장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출연 : 김원해, 이철민 (죄수1) / 김대령, 이진오 (죄수2)
이세은, 송유현 (죄수3)
기획.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연극판으로 돌아온 장진은 참 바쁘다.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에 이어 <허탕>까지 쉼없이 세 편의 연극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본에, 연출에, 그리고 때때로 관객과의 대사까지 아주 바쁘다.
투자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제 영화를 그만 하겠노라 했던가!
그 말이 그냥 한 번 해 본 말은 진정 아니었나보다.
어쩌다보니 장진매니아처럼 이 세 작품을들 전부 봤다.
일부러 챙겨서 본 편이긴한데 솔직히 <허탕>은 마지막까지 관람을 고민했었다.
부조리극이라니...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장진이 스물 한 살 군복무시절에 쓴 작품이라고 했나!
1995년 정재영, 정은표 두 배우에 의해 초연으로 올려졌고
4년 뒤 1999년 앵콜 공연에서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정규수 등이 출연했었다.
바야흐로 장진사단이란 말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때가 아닌가싶다.
그리고 2012년 무려 13년 만에 다시 <허탕>이 무대에 올려졌다.
대본 수정이 약간 있다고는 하지만 1995년 공연됐을 때는 확실히 센세이션이라 불릴만 했겠다.
솔직히 욕도 좀 먹었을 것 같고...
장진은 확실히 남다른 사고와 시선을 가진 사람임에 분명하다.
(이직도 생각난다. SBS 영화프로그램에서 바바리를 휘날리며 한 코너를 책임졌던 그의 모습이...ㅋㅋ)
이십대 초반의 재기발랄한 장진식 상상력의 산물들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좀 뿌듯하고 으쓱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류는 장진 스타일이 아닌가?)
장덕배, 유화이(이 작품에선 서화이), 유달수.
급기야 장진 작품 속 뮤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먀냥 친근하다.
이러다 장덕배, 유화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주책없이 아는 척 할지도 모른겠다.
<리턴 투 햄릿>의 김원해, 김대령이 죄수1(장덕배)과 죄수2(유달수)로 나온다.
전작에서도 느낀 거지만 김원해의 연기는 확실히 탁월하다.
어린 두 배우를 이끌어가면서 극의 중심을 잘 잡는다.
(어린 배우라는 건 어디까지나 김원해 입장에서.)
극의 후반부 심리드라마를 이끌어갈 때 목소리와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걸 보고 섬득했다.
세 명의 인물 중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
김대령과 송유현은 20대 배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두 배우 다 나이가 제법 있어서 놀랐다.
김대령은 <리턴 투 햄릿>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엔 동일인이 아닌 줄 알았다는...)
후반부 송유현과 김원해의 연기는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대사가 주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의외로 철학적이고 약간의 고발적인 요소도 있다.
내가 이해력이 떨어져서인지는 모르겟지만
결말은 좀 이해가 불가다.
(난해라고 표현하기에도 좀 그렇고...)
열린 결말이라는 설도 있긴 하던데 글쎄...
여자와 아이는 죽고,
죄수1인 어디 갔다 올 데가 있다면서 문을 열고 나가버리고.
혼자 남은 죄수2는 자신이 죽인 여자에게 톱날을 갈아달라고 말한다.
(혹시 여자 안 죽은건가? 죽은 거 맞는데....)
혹시 이래서 부조리극이 된건가???
이 모든 게 일종의 트루먼쇼는 아닐까 강한 의심도 들었다.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도 그렇고...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이유도 모른채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 같 같은 황망함이 들었다.
문득 죄수1의 대사가 맴돈다.
"얼마나 억울하니? 신도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헤맨 나날들이..."
장진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은 건가!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