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런 설경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것도 산 위에서 내려다 본 기억은 전혀 없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수도 있는 설경.
설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이 설맹(雪盲)을 두려워 한다고 했던가?
설원에 반사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될 때 생기는 망막손상 설맹.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도 있단다.
조금은 이해가 된다.
미치지 않고서야...
오랫동안 대면할 수 없는 날카로운 풍경이다.
시각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하늘의 변화가 없었다면
버텨내기 힘들었을 다흐슈타인의 파노라마.
호수는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숨가빠오는 풍경때문에 걷다 멈췄다를 몇 번씩 반복했다.
할슈타트 전망대와 불과 30여분 거리에 있는 곳인데
이곳과 그곳음 마치 지구의 반대편처럼 완전히 다르다.
이럴수도 있구나...
이게 가능한거구나...
켜켜히 쌓이는 낯선 신기함.
또 다시 해맑은 조카녀석.
감히 부러워도 못하고
바라만 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