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터베르크에 입구에서 그냥 내려오는 바람에
좀 뻘줌하고, 아쉽고, 섭섭했다.
다시 올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니 궂은 날씨가 많이 원망스러웠다.
"OO에서 한 달 살아보기"
언젠가 이런 호사를 한 번쯤은 꼭 누리고 싶다는 바람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더 간절해졌다.
어쩌면 현재까지의 내 모든 여행은
그 단 한 곳을 찾기 위한 짧은 사전답사인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카에 내려 바라본 풍경. 멋지다. 가을과 겨울의 중간 어디쯤에서 만난 특밖의 풍경. 산이라는 몸체에 혈관처럼 흐르는 물줄기. 얼핏 봤을땐 얼음이나 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흘러서 놀랐다. 곱게 물들기 시작한 키 나무들. 키를 세운 나무 옆에 고요히 서있는 나무보다 키 큰 성당, 그리고 출발을 기다리며 나란히 정차한 몇 대의 버스. 따지고보면 참 별 거 없는 풍경인데 이 풍경이 가슴에 사진처럼 담겼다. 조급한 마침표에 집착한 내게 여유있는 쉽표를 선물한 곳. 운터베르크, 그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