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11시 50분 비행기로 여행을 갑니다.
짐을 꾸리는 심정은 항상 같습니다.
다신 돌아오지 말자!
역시나 이번에서 그랬습니다.
그 나라 말도 못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모든 게 낯설고
몸도 늘 나를 배신하지만
나는 항상 완벽한 떠남을 희망합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주말>을 읽고 있습니다.
9.11 사태를 지켜본 한 남자는
스스로 죽음을 가장한 실종을 실행합니다.
자동차배기가스 중독에 의해 자살한 것처럼 보인 그는
정말 시체를 구해서 장례식까지 치룹니다.
장례식장에는 그의 친구들과 아내, 자식들이 함께 합니다.
그들에게 그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완벽하지 않습니까?
가족까지도 져버리는 실종.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언젠간 나도 완벽한 "실종"을 위한 여행을 떠날겁니다.
언젠가는 말이죠...
이번엔 어쩔수 없이 돌아오게 될겁니다.
다시 원상복귀 시켜야 할 조카들이 있으니까요.
잠시동안은 이곳에도 흔적이 못남기겠네요.
돌아오면...
이곳이 아주 많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오겠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날이요.
그날을 기대리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