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3. 9. 17. 14:55

오늘밤 11시 50분 비행기로 여행을 갑니다.

짐을 꾸리는 심정은 항상 같습니다.

다신 돌아오지 말자!

역시나 이번에서 그랬습니다.

그 나라 말도 못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모든 게 낯설고

몸도 늘 나를 배신하지만

나는 항상 완벽한 떠남을 희망합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주말>을 읽고 있습니다.

9.11 사태를 지켜본 한 남자는

스스로 죽음을 가장한  실종을 실행합니다.

자동차배기가스 중독에 의해 자살한 것처럼 보인 그는

정말 시체를 구해서 장례식까지 치룹니다.

장례식장에는 그의 친구들과 아내, 자식들이 함께 합니다.

그들에게 그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완벽하지 않습니까?

가족까지도 져버리는 실종.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언젠간 나도 완벽한 "실종"을 위한 여행을 떠날겁니다.

언젠가는 말이죠...

 

이번엔 어쩔수 없이 돌아오게 될겁니다.

다시 원상복귀 시켜야 할 조카들이 있으니까요.

잠시동안은 이곳에도 흔적이 못남기겠네요.

돌아오면...

이곳이 아주 많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오겠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날이요.

그날을 기대리고 있는 중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