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3. 24. 08:24

어제 대학교 동기 결혼식을 다녀왔다.

생각해보니 직장 후배들 결혼식이 아닌 지인의 결혼식은 정말 백만년만이다.

동기들이라고해도 나보다 네다섯살이 어리지만

그래도 이젠 다들 나이들이 있어 아이들까지 두어명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난히 늦은 동기놈 때문에 낯선 풍경에 혼자 어색했지만 몇몇 장면들 참 인상적이었다.

예식홀이 아닌 입구에서 실내악 연주를 하는 것도

(오히려 축가가 MR 반주더라) 

정형화된 주례 없이 신부측 아버지가 단상에 올라 신랑 신부에게 당부하고

내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도 참 특별했다.

축가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었는데

노래는 참 잘 부러던데 마이크 볼륨이 너무 커서 살짝 아쉬웠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가사를 살짝 바꾼 이 노래가 결혼식 축가의 단골메뉴가 됐다.

(아마도 뮤지컬 배우들의 결혼식이 그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하숙생같은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혼자 사는 삶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가끔은 궁금해진다.

어떤 확신이 생기면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는지...

타인과의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엄청난 결정.

그 결정의 순간은 어떤 느낌일까?

확신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만

확신만큼 강한 것도 없다.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도 정말 오랫만이지만

동반자의 길을 함께 시작하는 두 사람의 시작을 큰 박수로 축복해주고 싶었다.

거친 세상의 풍랑 속에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는,

서로의 완벽하고 확실한 아군이 되주기를...

그 신비롭고 찬란한 순간을

나는 아주 오래오래 축복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