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2. 6. 08:32

오랫만에 세자매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일본집을 정리하고 2년간 한국에 머물게된 언니는 아직 집이 정해지지 않아 호텔에 머물고 있다.

호텔이 있는 신논현에서 자매들이 뭉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 참 금방 가더더라.

어릴 때는 언니랑 동생이랑 참 많이도 싸웠는데

두 사람 모두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공통점이 많아진 모양이다.

언니는 소주, 동생은 맥주, 나는 맹물.

술이 들어가니 태산같은 말들이 쏟아져나온다..

결국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하다 동생은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내고

나는 언니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

형부가 출장중이라...

이럴 줄 알았다.

술을 전혀 안마시니 항상 뒷감당, 뒷정리는 내 몫이더라.

(여행때문에 와인과 좀 친해지려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 출근준비를 하는데

부시시 눈을 뜬 언니가 까만봉지를 들여다 보더니 한마디 한다.

"여기 왜 배추가 있어?"

(글쎄... 왜 있을까....)

어제 식당에서 마지막 손님으로 나오는데 식당 입구에 김치 담그려고 샀다는 해남배추가 다라이에 담겨 있었다.

그 배추에 꽃히신 언니님이

주인장에서 배추 맛있어 보인다면서 달라고 몇 번씩 말하더라.

것도 세 명이라고 세 개를.

..........

그래서 리즈 칼튼 호텔에 함께 투숙하게된 배추 3포기..

다행스러운건 크기가 작은 배추였다는거고,

더 다행스러운건 소금에 저려진 상태가 아니었다는거다.

호텔에 생배추를 둘 수도 없고 해서

새벽부터 배추 세 포기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또 다시 이럴 줄 알았다.

결국 내가 배추들을 책임지게 되리라는걸...

마시지도 않는 술이...

웬수다!


그래도 울언니가 보는 눈은 있다.

하루 지난 배추가...

참 싱싱하고 달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