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종의 활자증후군이다.
가방 속에 뭔가 읽을 게 없으면 조금 불안하고
읽고 있던 책이 몇 장 안 남았는데 읽을 책이 없어도 불안하다.
그래서 때론 무거운걸 알면서도 가방 속에 2권의 책이 함께 들어있을 때도 많다.
조금 있으면 다 읽을 책과
조금 있으면 읽기 시작할 책.
이런 활자증후군에게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사재기 기사는 좀 충격적이다.
전혀 몰랐던 일은 아니자만 이렇게 드러내놓고 보니 일종의 배신감같은 것도 느껴진다.
내가 이런데 당사자인 작가는 어떨까?
황석영의 50년 작가인생의 기념작 <여울물소리>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백영옥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세 권의 책을 모두 읽었다.
황석영과 김연수는 이 책에 대해 절판을 선언했고
황석영은 명예훼손으로 소송도 준비중이란다.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주요 작품으로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문학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이다"
자음과 모음은 확실의 작가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심하게 망쳐놨다.
"치욕"이라는 단어...
무시무시하고 아프다.
꼭 날카로은 창같다.
김연수의 책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2번을 읽었었다.
김연수에게도 이 작품은 특별한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어렵게 쓴 소설이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내 형제들처럼 가깝게 여겨져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쓰는 동안의 고통과 기쁨은 온전히 누렸으니까...."
좀 유순한 표현이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김연수가 이 책에 갖고 있는 애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챘었다.
따지고 보면 내 일도 아닌데,
나는 아프다.
우리나라 출판업계가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통해 경제적인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욕심은 이기를 넘어 너무 사악하다.
베스트셀러만 그나마 장사가 되는 우리나라 독서문화도 끔찍하고...
냐도 비참하고 아픈데
그 책을 쓴 작가들의 심정은 참담하겠다.
자기가 쓴 책을 스스로 절판하겠노라 선언했을 때의 심정이라니!
감히 짐작할 수도 없겠지만
황량하고 참 막막하다.
사람이 참 이기적인게,
그 와중에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사에 언급된 세 권의 책을 모두 읽어서...
난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