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5. 21. 08:27

여행 사진을 올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정말 스페인 여행 다녀온거 맞아요?" 였다.

그냥 웃었다.

왜냐하면 충분히 이해가 됐으니까.

내 여행사진에는 소위 말하는 인증삿이라는게 없다.

인물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잘 찍을 자신도 없지만 

개구리같은 조카녀석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프레임에 찍힌건 너무 하다 싶을만큼 전무하다.

그래서 찾아봤다.

이번 여행에서 나라고 추정(?)되는 인물이 찍힌 사진이 몇 장이나 되는지...

 

 

첫번째 사진은 톨레도의 미로같은 골목길에서 찍은 사진.

지금 보니 볼품없는 떠돌이 집시다.

몇 년 전 터키 첫여행때 길거리에서 산 페브릭 가방과

여행 내내 쓰고 다녔던 와인색 페도라가 집시 패션의 정점을 찍어준다.

빛바랜 검정코트는 병원 입사했을 때 인터넷으로 구입했으니 족히 15년 정도 됐다.

옷에 대한 센스도 없고, 옷을 사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옷들이 이렇게 10년 정도 됐다.

몸무게나 체형의 변화가 많지 않아 옷을 자주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건

쇼핑에 잼뱅이인 나에겐 천만다행한 일.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세비아 대성당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

원래 화장실에서 사진 따위(?) 찍는 사람이 아닌데

그때 마침 사람이 나 외에는 전혀 없었고

화장실 자체가 고고학박물관 느낌이라 신기해서 몇 컷 찍었었다.

(실제로 화장실을 가려면 땅 아래로 뚫린 계단을 내려가야만 한다.)

겨울 속에 비친 옷은 이번 여행 중에 가장 많이 입었던 검은색 니트 롱원피스.

결국 보푸라기가 집체만큼 올라와서 로마에서 작별했다.

 

 

다음 사진은 세비아 스페인 광장에서 찍은 사진.

비록 그림자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내 모습이 맞긴 하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피렌체에서 로마로 넘어가는 기차 안이다.

기차 밖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터널로 들어가는 바람에 우연히 찍힌 사진.

촛점도 나갔고 이정도면 떨림은 수전증 중증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더라.

찍어 놓은 사진을 탈탈 털어봐도 이거 이상은 전혀 없더라.'

심지어 그림자 찍은 사진도..

이 사진 가지고는 여기가 스페인인지, 이탈리아인지, 우리 동네인지 알 길은...

솔직히 없겠다.

 

아무래도...

나는 나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