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6. 3. 28. 08:36

토요일에 조카녀석 세 명을 데리고 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윤동주, 달을 쏘다>를 보여주려고.

한 놈은 말년 휴가를 나온 군인이고,

두 녀석은 대학생 2학년과 중학교 2학년 된 여자 조카들.

일 년에 두어 번 씩 조카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는데

이번엔 이 작품을 골랐다.

공연 전에 시인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 포인트에 대해 알려줬더니

조카녀석이 그러더라.

"고모 꼭 해설사 같아요"

좀 겸언쩍인 이야기지만

우리 조카들은 고모(혹은 이모)가 박학다식한 사람인 줄 안다.

매번 박학다식이 아니라 잡학잡식이라고 정정해주는데 솔직히 잘 안 먹힌다.

언젠가는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조카들에게 먹히는 이모, 고모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공연은,

다행히 조카녀석 모두 다 인상깊게 본 것 같았다.

함께 나눠준 윤동주 초판 시집을 손에 꼭 쥔 모습이 살짝 상기됐더라.

저녁을 먹으면서 초판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더니

공연을 본 후여서 눈빛들이 반짝거렸다.

그 눈빛을 보는데 기특한 마음, 걱정스런 마음이 교차하더라.

더 정확히 말하면 기특한 건 조카들이었고

걱정되는 나 자신이었다.

조만간 이 관계가 역전되는 날이 올거라 생각하니 씁쓸하다.

일종의 세대 교체.

그걸 운운할 나이가 됐다는게 살짝, 아주 살짝 서글펐다.

 

그냥 좀...

앞 뒤 꽉 막힌 사람으로 늙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주말 조카들과의 데이트에서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게 더이상 먼 미래가 아닌 곧 다가올 가까운 현재라는게 조금씩 실감됐다.

그리고 단정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않고 단정하게 사는 삶.

그게 혼자 살겠노라 다짐한 내가

가장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가치라는건 지켜질때 의미가 있다.

 

가치가 흔들리는 삶.

그건 두루두루 면목없는 일이다.

이 나이엔 특히 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