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7. 6. 19. 15:14

드디어 내리막길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어제 아침 8시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 잠실대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구리 방향으로 진입하면 급경사 내리막길이 2개 나온다.

매번 작정을 해도 첫번째 내리막길에 도착하면 저절로 브레이크가 걸린다.

몇 주 째 계속 그러고 있다.

작년에 크게 넘어진 후로 이 구역은 마의 구역이 됐다.

어제는 좀 화가 나더라.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 앞에만 서면 얼음이 되버리나 싶어서...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페달을 밟았다.

첫번재 내리막길에 이어 두번째 내리막길까지...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급정거를 해서 내리막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떼굴떼굴 구르는건 아닌지 겁이 났다.

페달에 힘도 못주고 발만 얹고 내려오는데도 공포가 밀려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내리막길은 무사히 내려왔다.

덕분에 내처 구리까지 깊숙히 들어갔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리막길 트라우마는 극복하지 못했다는거.

돌아오는 길에 한강대교 내리막길에서는 또 다시 브레이크를 잡았다.

엄청난 무게의 공포가 왈칵하고 덮쳐서...

게다가 3시간 30분 예상했던 시간이 구리까지 다녀오는 바람에

5시간 30분이나 소요됐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일요일 오후.

이대로 자전거와 함께 녹아내려 도로에 납짝 붙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미쳤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트라우마 극복 못하고 사람만 잡았다.

 

집에 도착해서 말 그대로 완전히 뻗어버렸다.

한동안 몽롱한 상태가 이어졌고

팔, 다리 근육은 제 멋대로 너덜거렸고

머리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눈도 반쯤은 풀렸고,

이런걸 보고 더위 먹었다고 하는건가???

정신 차리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여파가 있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몸이 의욕를 앞설땐 몰랐는데

몸이 의욕을 쫒아가지도 못하는 지금은,

어딘지 많이 서글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