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부모님과 함께 <택시 운전사>를 봤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영화관에 가는걸 별로 안좋아하시는데
광주에 대한 영화라고 하니 보시겠대서 모시고 갔다.
<변호인> 이후 거의 4년 만의 영화관 나들이.
부모님 두 분 다 전라도 출신이시고,
엄마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분으로 실제로 그 현장을 겪으시기도 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엄마가 그러시더라.
영화에 나오는건 백 분의 일도 안 된다고.
영화보다 훨씬 잔인하고 극악무도했다고.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지만
영화 중간중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부모님을 보면서
과거 정권이 못된 짓을 많이 했구나 절감하고 또 절감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운운하는건 참 면목없는 일이지만
송광호의 연기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얼굴만 클로즈업 시킨 장면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무서울 정도다.
왜 송강호, 송강호 하는지 실감했다.
변호인 때도 그랬지만 쉽지 않은 영화의 쉽지 않은 배역을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연기한다.
그게 송강호라는 배우가 가진 힘인것 같다.
과거의 그때처럼,
또다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 국가 권력 앞에 일방적으로 무너지면
지금의 우리는, 아니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침묵.
그게 전부일까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