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8. 31. 09:32

토요일에 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과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마이클리의 JCS 마지막 공연을 연달아 봤다.

(나중에 후기 비슷한걸 쓰긴 하겠지만 두 작품 모두 좋았다.)

그리고 어제 아침엔 영화 <암살>을...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갔다.

끝부분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잘 만든 영화다.

염석진을 연기한 이정재는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됐는데 

염선진을 심판하는 안윤옥 전지현은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처음엔 환상인가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이게 여배우에 대한 배려인지 아니면 최동훈 감독의 의도적인 판타지 표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배우들 연기가 정말 좋더라.

개인적으론 무대 배우 최덕문, 한동규, 홍성덕을 보는 재미도 솔솔했고.

특별출연 조승우, 김혜숙의 존재감도 빛을 발했다.

오랫만에 아주 괜찮게 본 한국영화.

(다음주에는 <베테랑>을 봐야겠다 ^^)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눈(目)이 없다면,

어느날 어떤 이유로든 시력을 잃게 된다면

나란 인간은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이라는게 가능할까?

어쩌면... 소처럼 과거의 기억들을 우직하게 되새기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쌔, 결코 잘 살 수 있다는 장담은 도저히 못하겠다.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건지도 모르면서...)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짐을 쌌다.

9월 15일이면,

이곳에서의 1년 3개월의 시간을 끝내고 새로운 곳으로 터를 옮긴다.

혼자 사는 삶인데도 그 사이 짐이 많이 늘어

거실에 박스가 하나씩 늘어날때마다 혼자 놀라는 중이다.

버려야 하는데... 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냥...

짐을 정리하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어딘지 태(胎)를 끊는 느낌.

이제부터 혼자 살기 제 2막이 시작되는건가?.

변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삶.

더 잘 견디고,

더 잘 버티길 바래본다.

 

나는 나를 파괴하지 않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